12월의 어느 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도시로 향한다.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 싶어서. 남편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낯선 남자의 아파트에 도착한 그는 ‘밀회’를 즐긴다. 평범한 불륜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소설은 여자가 뜻밖의 사건에 말려들며 서사의 흐름이 급격히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끔찍한 결말은 예고 없이, 그러나 담담하게 펼쳐진다.‘이처럼 사소한 것들’(2021년)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클레어 키건이 1999년 데뷔작으로 발표한 단편소설집이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키건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아일랜드 농촌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작동하는 폭력의 양상을 탐구한다. 하지만 국가와 제도의 억압 아래 스러져간 소녀를 위해 연대할 남성을 배치한 중·후기 작품과 달리, 20대 젊은 시절의 키건이 그려낸 세계는 훨씬 냉혹하다. 곳곳에서 잔인한 남성성이 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