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4시. 한 흑인 여성이 조용히 일어나 가슴을 납작하게 묶는다.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남성용 고급 구두에 발을 끼운다. 모자와 색안경, 습포제까지 붙이니 이목구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른팔은 부목을 대고 팔걸이에 넣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는 돈 많고 몸이 불편한 백인 신사다. 그는 남편과 함께, 주인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을 빠져나온다. 1848년 12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라는 흑인 노예 부부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자유가 있는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탈출을 감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크래프트 부부가 탈출을 결심한 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놀랍게도 이들은 여느 흑인 노예들처럼 숲을 헤매거나 강을 건너고,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방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지켜보는 한복판에서,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움직였다. 증기선과 역마차, 철도를 타고서다. 아내는 백인 남성 주인, 남편은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