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기차 안에서 마주한 '붉은 말'의 눈빛

해가 바뀌었습니다. 2026년 1월 2일, 새로 채우기보다, 먼저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오래된 시간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길은 자연스럽게 진주철도문화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출발을 준비하는 역이 아니라, 멈춘 뒤의 시간을 품은 장소라서 좋았습니다. 이날 오후는 어딘가로 더 가기보다, 잠시 서 있어도 괜찮은 시간이었으면 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옛 진주역 대기실을 마주합니다. 기차가 오가던 시절의 동선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방향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산책은 이미 시작입니다. 대기실, 멈춘 시간과 마주하다 대기실 안은 전시 공간입니다. 옛 진주역의 시간이 차분히 놓여 있습니다. 표를 들고 서성였을 사람들의 호흡이 벽과 바닥에 남아 있습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집니다. 이어지는 기획전 전시실에는 말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말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합니다. 힘찬 말이 먼저 다가옵니다. 달리는 몸짓이 멈춘 공간을 흔듭니다. 그림 속 말의 눈빛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잠시 멈춰 서게 됩니다. 괜찮냐고 묻는 듯합니다. 아직 달릴 힘이 남아 있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전시실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오래 앉게 됩니다. 대답을 고르느라 시간이 잠시 멈춥니다. 전시실을 나서면 공원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기획전 깃발이 입구를 알립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천 사이로 햇살이 내려옵니다. 햇살이 스미는 사이로 비둘기들이 보입니다. 잔디 위에 흩어져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전 역 앞 풍경이 겹쳐집니다. 사람을 기다리던 자리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합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