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독립하여 각자의 삶을 꾸려가던 아들과 딸이 연말연시를 함께 보내기 위해 장수산골 집으로 모였다. 은퇴 이후 부부 둘만의 시간이 익숙해질 즈음, 이렇게 가족이 다시 모이는 자리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렵게 맞춘 1박 2일. 오고 가는 시간을 빼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가족 단체대화방은 분주해졌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그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메시지가 오갔다. 딸은 홍어 삼합과 등갈비찜을, 아들은 '감바스 알 아히요'를 먹고 싶다고 했다. 류미큐브 게임도 좋고,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도 좋고, 짧은 시간 어딜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자는 의견도 나왔다. 메인 메뉴인 홍어삼합과 등갈비찜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고, 딸은 감바스 알 아히요와 뱅쇼 재료를 챙겨 오겠다고 했다. 남편은 삼합에 곁들일 막걸리를 주문했다. 오랜만의 가족 모임에 마음이 한껏 들떴다. 모이기 이틀 전, 늦은 저녁 시간에 딸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먹고 마시기만 하긴 아쉬우니까 미션 하나 할까요?" 딸은 35개의 질문이 담긴 질문지를 올렸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계정 '히스토핏'에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지를 보았다며,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서로의 한 해를 묻고 답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독립해 지내다 보니 가족이라 해도 서로의 마음과 시간을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각자 어떤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왔는지 말하고, 또 들어주는 시간이 의미 있을 것 같아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연말 저녁,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해졌다. 한쪽에서는 아들이 감바스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딸이 멀드 와인을 끓였다. 미리 준비해 둔 음식들과 아이들이 만든 요리가 상 위에 오르자 제법 푸짐한 한 상이 완성됐다. 온기로 가득찬 식탁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