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들은 저녁 모임에서 미술을 논하고, 화가들은 저녁 모임에서 돈을 논한다.” 19세기 독설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근거는 없다. 분명한 건 상당한 풍자와 함께 통찰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먼저 이 말은 ‘남의 떡이 커 보인다’의 직업적 버전으로 들린다. 돈을 다루는 은행가들은 예술을 동경하고, 반면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들은 도리어 돈 같은 현실 문제에 골몰한다고 꼬집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숙명 중 하나가 다른 직종에 대한 선망인데, 은행가와 예술가는 양극단의 직업세계로 서로를 충분히 동경할 만하다. 이 말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풀어볼 수도 있다. 은행가들이 미술의 세계마저 전유하려 하지만, 막상 미술가들은 생계에 발목이 잡혀 움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성공한 은행가나 기업인이 미술에 관심을 두는 것을 부의 과시이거나 투자나 절세 같은 또 다른 재테크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기에, 이 같은 해석이 지나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