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은 늘 새벽에 온다. 사람들이 잠든 시간, 도시가 숨을 고르는 순간에, 무력은 '전쟁'이라는 말 대신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들어온다. 카라카스에서 시작된 베네수엘라 사태는 그렇게 쉽지 않을 2026년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21세기 세계가 다시 재편되는 흐름을 알리는 시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재편의 핵심 키워드는 '서반구'다. 1월 3일(현지 시각) 새벽 카라카스 일대에서 폭발과 정전이 보고됐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미국의 공격으로 규정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같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특수부대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확보해 미국으로 이송했다고 발표했고, "안전한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반구'라는 미국의 새로운 관리 구역 마두로는 현재 뉴욕에서 미국에 신병을 확보 당한 상태다. 미국은 그를 마약, 이른바 '나르코 테러'(narco-terrorism) 관련 혐의로 뉴욕에서 사법 절차에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이런 경우 연방법원에 첫 출석해 혐의가 고지되고, 구금 유지 여부가 정리된 뒤, 기소와 재판 일정으로 넘어간다. 즉 미국은 이번 사태를 먼저 "뉴욕 법정"이라는 사법의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까지는 '법 집행'이라는 명분이 작동하는 구간이다. 국가 원수를 체포해 타국 법정에 세우는 것은 극단적 조치지만, 미국은 그 행위를 범죄 단속의 연장으로 포장할 수 있다. 마약 단속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군사력은 경찰력을 대체하는 예외적 수단으로 설명될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미국이 덧붙인 한 단어가 이 명분을 무너뜨린다. 트럼프가 "안전한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말한 순간, 사건은 더 이상 체포로 닫히지 않는다. 체포가 특정 인물에 대한 사법 행위라면, 운영은 영토와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치의 언어다. 범죄자를 붙잡는다는 설명은 개인에 한정되지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선언은 주권 그 자체를 유보시키며, 사실상 점령의 논리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개입은 사법 절차로 시작해 통치로 넘어가는 사건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법의 외피와 통치의 의도가 한 장면 안에서 겹친 사건이다. 미국이 법정이라는 절차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당화를 위한 궤도 설정이었고, "운영"이라는 표현은 그 궤도 밖의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낸 지점이다. 그래서 '절대적 결의' 작전은 더 이상 단순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미국이 세계를 다시 나누려는 질서의 언어로 읽히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마약'으로 읽으면 뉴욕 법정으로 끝나지만, '전략'으로 읽으면 시작점이 된다. 미국은 작년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20세기 후반을 지배해 온 전략적 전제를 사실상 폐기했다. 냉전 이후 미국이 세계를 관리해 온 방식, 즉 자유주의 질서의 유지자이자 규칙의 설계자라는 자기규정은 더 이상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공간'을 우선 관리하고, 그 공간에서의 외부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 전략의 핵심에 놓인 개념이 바로 '서반구'다. 이는 단순한 지리 용어가 아니다. 국가안보전략에서 서반구는 북미와 남미, 카리브를 하나의 전략적 공간으로 묶는 언어로 반복 호출된다. 그 안에서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이 공간의 질서를 규정할 권리를 가진 행위자로 등장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