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과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떠할까? 19세기 인물인 마르크스는 인공지능의 '인' 자도 몰랐을 텐데, 도대체 마르크스의 사상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이라는 21세기 첨단 주제를 다룰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19세기에 태어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듯, 마르크스의 이론은 단순히 그 시대에만 통하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인간 사회가 변화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정립했는데, 바로 '역사 유물론'이다. 마르크스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해 기존의 사회 시스템과 충돌을 빚을 때 낡은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역사가 전진해 왔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중세 봉건제가 해체되고 근대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것도 당시 기계제 대공업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력을 기반으로 형성된 봉건적 사회 시스템은 새롭게 등장한 기계제 대공업 앞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봉건적 사회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사람이 농노 혹은 소작인으로서 대토지 소유자인 영주의 영지에 속박된 상태가 유지된다.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해야 하는 자본가로서는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게다가 광활한 토지가 귀족에게 계속 묶여있다면 자본가로서는 공장 짓고 사업을 할 땅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과 제도를 기계제 대공업 발전에 유리하도록 바꾸고 싶어도 참정권은 귀족들에게만 있는 상황이었다. 상공업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 계급으로서는 봉건사회 시스템 전반이 거슬렸다. 시나브로 도시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가운데, 자본가 계급이 주도하는 근대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났다. 결국 봉건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들어서게 돼 지금의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본주의와 인공지능의 충돌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마주한 인공지능은 오늘날의 새로운 생산력이다. 산업혁명 시기 등장한 기계가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신했다면,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 그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손과 발이 달린 휴머노이드로 진화 중이며 단순노동뿐 아니라 회계, 법률,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전문적·창의적 영역까지 파고드는 지경이다.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향후 자본주의 시스템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비용 감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과 이용을 확대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전보다 품질 좋은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생산한 물건들을 도대체 누가 구매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서 돈을 못 벌고 있는 상황인데. 자본주의 체제에선 노동자들이 자신이 받은 임금으로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구매해 경제가 순환된다. 그런데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을 대거 도입하며 이 순환구조가 깨진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결국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 굶어 죽고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곳이 없어 망할 것이다.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보자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과 충돌을 빚는 것이다. 상호 공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은 인류 멸망을 예측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기계제 대공업이 새로운 생산력으로 등장해 기존의 봉건 시스템과 충돌을 빚었을 때, 결국 기계제 대공업에 어울리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 즉 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예측하자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을 품어 안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도입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그런 시도가 실패한다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