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문턱을 넘어서며, 하늘이 소리 없이 제 가슴을 열어 세상의 묵은 먼지를 덮었다. 무등산(無等山)은 무구한 흰빛으로 세례를 받은 듯 높게 빛났다. 새해 사흘째 되는 날, 순백의 유혹에 굴복하여 그 품에 들었다. 증심사 지구 들머리는 평온한 겨울의 민낯이었다. 당산나무의 굳건한 뿌리 곁을 지날 때만 해도, 겨울은 마른 바람의 이름으로 불릴 뿐이었다. 하지만 해발 617m, 중머리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낯선 행성의 입구에 선 여행자가 되었다. 그곳은 신이 그어놓은 명징한 경계선이었다. 초월적인 설국(雪國)의 영토가 펼쳐졌다. 엄격한 세관원처럼 계절의 밀입국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순백의 통행증을 가진 자만을 정상으로 안내하는 듯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