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미국의 침공, 충격적인 국민의힘 반응

미국이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무력으로 침공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압송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이 규정하는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힘이 곧 법'이라는 19세기의 제국주의 논리가 21세기 국제 질서를 다시금 유린하려는 움직임이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논평은 그들의 외교·안보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통상적인 우려의 문장조차 단 한 줄 없이, 오로지 이 사태를 국내 정치적 공격의 호재로만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 접어들 수 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일 "베네수엘라가 던지는 경고, 대한민국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조 대변인은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며 현지 정세는 급격한 혼란 국면"이라며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교민과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라고 운을 뗐다. 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마땅한 책무를 언급한 듯 보이지만 이어진 문장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교묘하게 비트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군사 작전 종료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소통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외교·안보 무능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이재명 정부를 비난했다. 이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비판이다. 교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무력 침공에 있다.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인 미국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그 후폭풍을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에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무력 침공을 저지른 미국의 외교적 결례를 탓해야 할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