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문치시대였다.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는 무인 출신이지만 문인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전통을 세웠다. 이성계에게 국가경륜을 가르친 무학대사는 '역취순수(逆取順守)'를 일렀다. 비록 불법적으로, 폭력으로 정권을 취득했지만 다스릴 때는 순리로 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전통'에 따라 조선은 한 번도 무인 지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에 고려는 1백여 년, 대한민국은 30여 년의 무인통치를 겪었다. 문치 전통으로 조선왕조는 문약에 빠지기도 했으나, 독서인을 관리로 뽑고 문장력을 과거 급제의 기준으로 세울 수 있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문인의 문장과 군주의 문장론·독서론을 살펴보자. 서거정의 문장론 조선 초기, 세종에서 성종대까지 활약한 서거정은 문과에 급제한 뒤 45년 동안 관직에 있으면서 무려 23차례에 걸쳐 과거시험을 관장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문신이자 학자였다. 학문의 폭이 넓어 천문·지리·의약·복서·성명·풍수에까지 관통했으며 문장에 일가를 이루었다. 그가 편찬한 <동국통감>, <동문선> 등은 민족문화의 보고로 남았다. <동인시화>, <필원잡기>, <사가집(四佳集)> 등의 저술을 남겼는데, 특히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은 골계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그가 '태재선생문집서(泰斋先生文集序)'에 쓴 문장론은 5백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신선도가 채마밭에서 갓 뽑은 싱싱한 시금치와 같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