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나는 망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6년 1월 2일 금요일 저녁 8시다. 전날 세운 계획대로라면 지금까지 매주 그래왔듯 오늘 아침에 2026년 첫 수영 수업을 다녀왔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1월 5일 월요일에 배치될 이 칼럼 원고를 오전 중에 완성했을 것이다. 그리고 새해의 기분을 만끽하며 외출에 나선 다음 평소보다 비싼 외식을 하고 카페에 앉아 새 다이어리를 꾸미기 시작했을 것이다. 작년 연말에 미리 주문해둔 아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2026년을 위한 다이어리 말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집에서 해도 상관없다. 굳이 밖에서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데 이 정도 유난을 떨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일정은 아침 7시에 시작해야 했으나 나는 오후 12시 30분에 눈을 떴다. 망한 것이다. 새해 첫날의 첫 계획부터 말이다. 휴대폰 알람 덕분에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졸린 눈을 떴을 때, 침대 밖은 너무 추웠고 그 와중에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예정이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알림 문자도 와있었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씨에 꾸역꾸역 수영장까지 가서 물에 뛰어드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을 하는 데는 무수한 이유가 필요하지만 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변명이 필요가 없다. 10분 단위로 맞춰진 알람들을 모조리 꺼버리고 눈을 감을 명분은 충분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딱 수영 수업 시간, 그 시간만큼 자고 일어나서 모든 걸 시작하자. 평소에도 출근을 하려면 대충 그 시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가. 2026 새해 첫 일과가 계획부터 틀어졌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아주 보란 듯이 내 등을 쳤다. 근사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 계획이 초장부터 망가졌다. 12시 30분. 계획대로라면 그 시간에 이미 나는 새해 첫 수영 수업을 다녀와서, 새해 첫 칼럼을 완성하고 점심을 먹을 식당을 정하고 집 밖을 나서야 했다. 복잡한 감정이 머리를 스쳤다. 일단은 당황스러웠다. 세워둔 계획이 틀어졌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성인들이 느낄 만한 마음이 찾아왔다. 자괴감, 수치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같은 것들 말이다. 나이를 그만큼 먹고도 아직까지 늦잠을 자느라 계획을 그르쳤다니. 그것도 새해 벽두부터. 사람이 해가 바뀐다고 갑자기 바뀔 리도 없는데 어쩌면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었던 게 아닐까. 가만 작년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았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