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열여섯, 작가가 되다

"병을 진단 받은 게 언제였어요?" "9월 27일이요." '생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답하듯, 채윤은 병을 진단받은 날짜를 바로 읊었다. 갑자기 영문도 모르게 태어나듯, 병도 어느 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날 찾아왔다. 원인도 치료법도 명확히 알 수 없는 타카야수동맥염. 2019년 9월 27일, 열여섯의 나이에 그는 치병(治病)을 시작했다. "저는 소위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고등학교를 가는 게 목표였어요. 외고, 특목고, 자사고 이런 곳들이요. 정말 성공하고 싶었고, 돈 많이 벌고 싶었고, 열심히 해서 유명해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프고 나서는 그렇게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프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했던 것은 꿈이었다. 열여섯 채윤에게 '성공'의 형체는 꽤 선명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 누구도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만큼 단단한 사회적 지위.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한 준비와 체력, 시간을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중3 초반쯤부터 몸이 안 좋다는 걸 알아챘어요. 흉통도 있었고, 코피가 한 번 나오면 2~3시간씩 났거든요. 여름방학에는 부모님께서 건강검진을 받아보자고 할 정도였어요. 그때 제가 이 몸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거든요. 포기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아요." 타카야수동맥염(대동맥과 주요 동맥혈관에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성 질환)은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대학병원을 찾아 여러 진료과를 돌고 나면 이틀은 기진맥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혈압을 체크하고, 강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약을 삼키며, 퉁퉁 부어오르는 몸의 변화를 견디는 일상이 이어졌다. 삶은 더 이상 자기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는 영역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가 충격을 수습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고, 그때 그의 부모님은 특목고 자기소개서 뭉치 사이에 '이우학교(대안학교)'의 자기소개서를 슬쩍 끼워 넣었다. "특목고 자기소개서 질문들을 쭉 보는데, 성적을 잘 내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물어봐도 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묻는 질문은 없더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끼워둔 이우학교 자기소개서는 좀 달랐어요. 질문을 보니 제가 평소에 고민하던 것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그때 이 학교를 위해 제대로 준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간절해졌던 것 같아요." 그는 그렇게 이우학교로의 도전을 선택했다. 치병이라는 예기치 못한 굴곡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신채윤을 2025년 12월 2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로운 삶과 사람들을 만난 곳 '중학교 성적이 되게 좋은데, 이 학교를 오면 원하는 대학을 못 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우학교에 오고 싶은가요?' 자기소개서 합격 이후 찾아간 이우학교 면접에서 그가 가장 먼저 들은 말이다. 사교육을 멀리하고 학교와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 에너지를 쏟기를 권하는 이우학교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보편적인 삶의 흐름이 아닌, 자기가 선택하는 삶과 그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어졌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가고 싶은 대학이 생기고 목표가 생긴다면 그때부터 노력과 시간을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대학을 가야 하는 정해진 기간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꼭 고등학교 3년을 지나야 대학에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열여섯의 채윤이 답했던 대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대학에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열여덟 살, 인턴십 과정 중 인문학 공동체 '문탁'에서 들었던 강연이 그 마음을 더 굳히게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