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간병 중에 반려견 토이도 큰 병을 얻었습니다

나는 노부와 노견을 돌보고 있는 미혼의 중년 여성이다. (관련기사 : 마흔 넘어 '간병보호자'가 될 줄 몰랐다 https://omn.kr/2bjhx) 아빠가 뇌졸중으로 인한 중증 와상환자가 되면서 가족 간병을 한 지 7년이 넘어간다. 지금껏 '보호자' 또는 '간병인'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나의 시간은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우리 집 반려견 '토이' 도 마찬가지였다. 간병 초반 토이 역시 아빠의 병원에 맞춰서 우리와 함께 이사를 다녔고, 코로나 시절 세상과 동떨어져 병원과 집만을 오갔을 때에도 하루 1번은 토이를 산책시켰다. 7년이라는 길고 힘든 간병 생활에 토이는 우리의 일상을 지속시켜 주었던 반려견 이상의 존재였다. 올해 14살이 된 토이는 감사하게도 그간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물을 좀 많이 마시네?' '전보다 오줌을 더 많이 싸네?' 급기야 배변을 정확하게 가리던 아이가 자다가 이불에다 쉬를 하는 일까지 생겼다. 강아지의 14살은 사람으로 치면 70대 노인과 같다고 한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다른 노견들처럼 아프거나 안 좋은 증상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낮에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니고 우렁차게 짖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기에 사실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별일이야 있겠어? 늙어서 그런 거겠지.' 그러다 엄마와 간병 교대를 하고 집으로 와 간단하게 피 검사나 한번 해보자 하고 간 동물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들었다. "보호자님! 토이 피검사 수치가 안 좋아요. '신부전'으로 보이는데 당장 입원해서 수액을 맞아야 할 것 같은데요?" "네? 신부전이요?" "네. 지금 크레아틴 수치도 2.9로 높고, 혈압도 230 나오네요 강아지 신부전은 24시간 병원에 입원해 수액을 맞아서 수치를 낮추는 치료방법 밖에는 없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크레아틴? 혈압이 230이라고? 이게 다 무슨 말이지?' "저… 우선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 게요." "보호자님 되도록이면 빠르게 오늘 중으로 결정하셔야 해요." 그렇게 동생과 토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이곳저곳을 알아본 뒤 근처 24시간 병원으로 가서 추가검사를 했고 결국은 입원해서 수액치료를 받기로 했다. 토이는 14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서 혼자 잔 적이 없었다. 곧이어 넥 카라를 하고 앞다리에 수액 바늘을 꽂은 채 병원 케이지에 들어가 있는 토이가 보인다. 낑낑 거리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잘 들리지도 않는 귀로 나를 찾으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차마 더 이상 보기가 힘들었다. 토이에게 얼른 인사를 하고 동생과 나는 눈과 코가 새빨개져서 병원을 나왔다. 빈 개모차를 밀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요한 집안이 어색하다. 토이가 누워있어야 할 쿠션 옆에 털썩 앉아서 나는 '내가 또 무엇을 놓쳤던 걸까?' 를 생각한다. 7년 전에도 나는 생각했었다. 집앞 대학병원에서 수술이 거부되어 옮겨질 때 왜 상급병원을 끝까지 요청하지 않았는지, 누워있는 아빠를 보면서 실비보험을 알아봐 달라던 아빠를 왜 귀찮아했을까, 그때라도 아빠에게 혹시 요새 이상증상이 있는지 물어봤다면 어땠을까 등등 얼마나 많은 밤들을 잠 못이루고 자책했는지 모른다. 내가 놓친 전조 증상과 내가 내린 모든 결정들을 후회하며 가슴을 쳤던 고통의 시간들. 그 시간이 오버랩 되면서 또다시 내가 말도 못하는 아이의 무언가를 놓쳐서 치료 시기를 놓친 건 아닌지, 왜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한 건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반복되는 걸까? 누군가를, 어떤 대상을 보호하고 케어한다는 게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병원에서 엄마와 교대를 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온 나를 보자마자 쇼파에서 뛰어내리며 반겨주던 아이.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현관문을 열고 눈앞에 앉아있어도 모르고 잠만 자던 아이. 이제서야 새삼 이 작은 생명체의 온기가 텅빈 집안에서 나를 얼마나 위로해줬는지를 느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