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있었을 뿐인데, 지구가 한 바퀴 돌았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첫 해돋이를 보며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소망을 기원했다. 한시에서 일출은 개인적 바람과 연관되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당나라 이백은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이 시는 한나라 악부(樂府) ‘일출입(日出入)’을 계승해 쓴 것이다. 원시(原詩)가 영원히 뜨고 지는 해에 비해 보잘것없는 인간의 목숨을 대조시킨 반면, 시인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면서도 호탕하고 활달한 삶의 태도를 잃지 않으려 했다. 일출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로 F W 무르나우 감독의 ‘선라이즈’(1927년)가 있다. 영화는 해가 뜨고 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등장인물은 이름도 없이 그저 ‘남자’와 ‘여자’로만 지칭된다.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호숫가 농촌에 사는 남자가 휴가차 이곳을 찾은 도시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아내를 배신하려 한다. 남자는 도시 여자의 사주로 아내를 물에 빠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