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인데 강대국이 아니다? 총리 신년사에 담긴 잔인한 진실

새해가 밝자마자 선물 같은 흰 눈이 내렸다. 올해는 이렇게 잘 시작되는가 했는데 웬걸, 곧 어지러운 소식들이 쏟아져 들려왔다. 베를린에선 송전시설이 또 테러를 당해 수만 명이 – 갓난아이들과 병원의 환자들, 요양원의 노인들 포함 – 지금까지 일주일이 넘게 고생하고 있다. 화산(Vulkan)이라는 이름의 극좌파 그룹에서 자백 편지를 경찰에 보냈다. 우리가 얼마나 에너지에 의존하며 사는지 경고하고자 했다고 설명하고 부촌을 노렸지만, 서민들도 피해를 본 건 죄송하게 되었다고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국가 원수를 납치했다. 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독일을 비롯 유럽의 국가 원수들은 눈치 보기 작전에 들어갔다. 트럼프를 비판했다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총리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독일 총리는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넘어가는 신년사에서 오늘의 세계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로 규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 경제 질서의 불안정, 기술 혁명과 사회적 전환,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변화까지. 그는 이 모든 것이 그저 먼 국제 정치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일 시민의 삶과 직접 연결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연설의 전체 톤은 위기의식에 가까웠고, 동시에 독일과 유럽이 자신의 자유와 안전, 번영의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중 유독 귀에 남은 문구가 있다. "우리는 강대국들의 장기말이 아니다." (Wir sind kein Spielball von Großmächten.) 무슨 뜻인가? 물론 독일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심하다. 총리의 신년사에서도 덕담이나 근거 없는 희망은 기대하지 않는다. 덕담은 대통령의 몫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총리가 왜 굳이 이런 말을 해야 했을까. 그리고 그건 과연 독일만을 향한 메시지였을까. 신년사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가운데서도, 이 문구는 지금의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처럼 보인다. 독일은 정말 강대국이 아닌가? 한국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반문할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고, 유럽연합의 중심국이며, 국제 정치에서 결코 주변부 국가가 아니다. 경제력만 놓고 보더라도 분명 강대국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 총리는 왜 "강대국의 장기말"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