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 등극한 시골 태권도 관장의 끝없는 정진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한 사나이의 몸짓이 공기를 가른다. 그의 움직임에는 50여 년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다. 최근 태권도 최고의 경지인 '입신'에 오른 노동진(59) 사범이다. 노 사범은 지난해 12월 초 국기원에서 치러진 태권도 9단 승단 시험에 합격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충남 예산읍 석사세계태권도장에서 만난 노 사범은 "도장은 늘 이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인들에게 9단은 '입신(入神)'이라 불리는 단계로, 최종 목표이자 '태권도의 꽃'으로 불린다. 노 사범은 "가만히 있다가 당일 시험만 봐서 딸 수 있는 단이 아니다. 최소 40년 이상 꾸준히 수련해야만 비로소 시험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며 "단순히 실기 능력만 보는 것도 아니고 4단부터 필수인 논문 작성은 물론, 9단 심사에서는 심도 있는 면접과 품새 시연이 더해져 무도 철학과 인격, 학문적 깊이가 모두 검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단 시험은 지난해 12월 5일 서울 강남 국기원에서 진행됐다. 노 사범은 도복 띠를 바짝 조여 맸다.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수척했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 초, 갑작스러운 복막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맹장이 터진 줄 모르고 지내다 복막까지 염증이 퍼져 생명을 위협했던 순간이었다. 수술 뒤 몸무게는 10kg이 빠졌고,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고난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정신력 보여주고 싶었다" 주변에선 이번 심사를 포기하라고 만류했다. 9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건강이 우선이라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관장으로서, 고난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정신력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9단 심사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심사에서 응시자들은 논문 제출과 면접, 그리고 고단자 품새 시연을 거쳐야 한다. 특히 품새 시연 중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가벼운 미소 등)만 보여도 즉시 탈락이다. 노 사범은 통증이 가시지 않은 복부를 의식하며 한 동작 한 동작에 50년 수련의 혼을 담아냈다. 결과는 합격이다. 전국에서 모인 고수들 중 절반이 고배를 마시는 시험을 그는 수술한 몸으로 통과했다. 9단 보유자는 전국적으로 약 1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36명이 합격했다. 충남에서는 4명이 도전해 2명이 승단에 성공했으며, 예산과 아산에서 각각 한 명씩 나왔다. 노 관장은 "합격률이 50%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노 사범의 무도 인생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7살이었던 그는 고덕 시골마을에서 동네 형들을 따라 처음 주먹을 쥐었다. 변변한 도복도 없던 시절, 고등학생 형들의 지도를 받으며 흙바닥에서 발차기를 배웠다. 예덕초등학교와 고덕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태권도는 그의 삶 자체가 됐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