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홍지영(재판장), 방웅환, 김민아 판사 대법원 2025. 11. 27. 선고 2024노513 농단(壟斷), 부끄러운 고유명사가 된 이름 '농단(壟斷)'이라는 단어가 매일매일 뉴스를 타던 때가 있었습니다.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이 터져나왔던 2017년이 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쓰이지 않던 '농단(壟斷)'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졌던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농단(壟斷)'은 높은 자리에서 얻은 힘으로 사사로이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높은 곳의 힘을 이용하여 사사로이 대상을 좌지우지한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뜻이든 간에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농단'이라는 오명을 그 이름에 덧붙이는 바람에 '사법농단'이 고유명사가 된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몹시 부끄러운 일 중에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권한이 없어서 죄가 안 된다는 역설 사법농단 행위자에 대한 판결의 내용은 더욱 부끄럽습니다. 만약에 장관이나 국정원장쯤 되는 사람이 법원장에게 전화해서 '특정 재판은 언제 진행되느냐', '이제 진행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여러 번 연락을 하거나 '내가 아는 아무개씨는 좀 억울한 것 같은데 기록을 제대로 봤느냐?'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대통령이 특정한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 이유나 선고할 때 할 말이 뭔지 미리 보고하게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면 어떨까요? 그런 연락을 받은 판사가 분개하여 양심선언을 하더라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보면 섬뜩해집니다. 이 판결은 바로 이러한 행위를 하는 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사법행정권자는 개별 재판부의 재판 절차나 판결 내용에 개입해도 죄가 되지 않습니다. 독립된 재판에 대해서 누구도 지휘·감독권한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개입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을 한 재판부가 누구를 봐주기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법리는 임종헌에 대한 판결을 한 해당 재판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 법리(2022. 04. 28. 선고 2021도11012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의한 것입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