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에 맨발의 소녀가 서 있다. 고동색 곱슬머리와 흘러내리는 옷 주름, 목가적 풍경이 섬세한 붓질과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돼 고상한 느낌을 준다. 당당한 눈빛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이 소녀는 당장이라도 액자 밖으로 걸어 나올 듯 생동감이 넘친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서 볼 수 있는 ‘양치기 소녀’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 살롱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1825~1905)의 작품이다. 소장처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측 표현을 빌리면 “비슷한 시기 활동한 밀레나 쿠르베 같은 사실주의 화가들이 그린 ‘흙내 나는 농부’가 아닌, 고전적인 목가시(牧歌詩)에 등장하는 이상화된 양치기”가 화폭에 담겼다.‘양치기 소녀’는 비슷한 크기로 나란히 전시된 호아킨 소로야(1863~1923)의 그림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인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