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엘팬(엘지 트윈스 팬)'입니다. 방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소주병에는 29년만의 우승을 기념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2023년 겨울, 엘지포차(단체 관람 주점)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때, 김경태 투수코치를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누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엘지 트윈스는 2025년 또 우승했습니다. 우승 기념으로 무엇을 소장할까 하다가 염경엽 감독의 책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웅진 지식하우스)를 택했습니다. '초판 한정 사은품' 포토북을 회사 동료에게도 자랑했습니다. 그야말로 희희낙락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책을 보면서 반성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조직론에 대해, 리더십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기자로서, 스스로의 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문장력에 놀랐습니다. '야구인이 쓴 책'이란 선입견이 작동한 탓입니다. 그저 야구 이야기에 슬쩍 인생 이야기를 얹은 책이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중계 화면에 잡힌 후로 욕은 자제하고 있다" 물론, 특히 '엘팬'이라면 더 흥미로울 야구 이야기, 많았습니다. 기사 제목으로 뽑아도 충분한 일화가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제목입니다. 염경엽 감독이 욕을 자제하는 이유. 저자는 선수단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의 나는 늘 자제하고, 참고, 억눌렀다. 이제는 다르다"며 "더그아웃에서 화가 나면 표정으로 드러내고, 기분이 좋으면 활짝 웃는다. 홈런이 터지면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실책이 나오면 찡그리고 욕도 했다"고 전합니다. 그 다음 이어지는 괄호 안 글이 웃음 포인트입니다. "(중계 화면에 잡힌 후로 욕은 자제하고 있다)." 이제는 '염갈량' 못지않게 잘 알려진 '염버지'란 별명. 그에 대한 염 감독의 솔직한 소감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염경엽'과 '아버지'를 합친 이 별명은 특히 뜻깊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내가 선수들과 팀을 대하는 진심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전합니다. 또, 괄호 안 글이 이어집니다. "(그저 내가 나이를 그만큼 먹어서일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툭툭 털어 내니 읽는 재미가 더 했습니다. 그 밖에도 '염경엽 감독이 차명석 단장에게 정말 고마워했던 이것'이라거나 '염경엽 감독 감동시킨 그 날 선수단의 영상 통화' 등, 제목으로 삼을 만한 일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징크스가 미신이라면 루틴은 과학"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저자의 반전 고백이었습니다. 저자는 "내 감독 인생 최고의 경기"로 2023년 한국시리즈 2차전을 꼽으면서 이렇게 전합니다. "2차전을 승리한 후 나는 일어나는 시간부터 먹는 음식, 야구장에 나서고 경기를 준비할 때까지 모든 패턴을 그때와 똑같이 유지했다. 심지어 같은 속옷을 매일 밤 빨아 다시 입었다. 평소 선수들에게는 징크스가 아닌 루틴을 강조하던 내가 스스로 징크스를 만든 것이다. 그만큼 간절했던 우승이다." 그의 실패 이야기 "나는 한량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