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용인에 건설하기로 계획 중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대신,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에 RE100 산단을 조성해서 거기에 반도체 팹을 짓자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습니다. 그러면 댓글에 반드시 따라붙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방한계선'입니다. 원래 의미인 군사분계선 기준 남쪽 2km 선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재들이 취업을 위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일컫는 말입니다. 행정구역으로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직종에 따라 그 위치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이나 연구개발직은 판교를, 기술직은 기흥 또는 동탄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봅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팹 단지를 조성하면서 기술직의 남방한계선은 평택까지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단어의 차별적 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판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고귀한 직군이고, 기술직은 그보다 낮은 직군이라 좀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은연중에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실체가 불분명하고 차별적인 조어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은 호남에 팹을 지어도 인재를 구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편견을 경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방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도권에만 반도체 팹을 모아 놓은 나라는 한국뿐 과연 지방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인력 채용에 문제가 생길까요?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세계 최고의 팹을 운영하는 대만 TSMC의 본사는 북부 신주 과학단지에 있지만, 중부 타이중과 남부 타이난에 팹을 분산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이걸로도 부족해서 미국과 일본에 별도의 팹을 짓습니다. TSMC는 도쿄에서도 한참 떨어진 일본 구마모토의 시골 마을에 팹을 지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지원하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의 팹 역시 도쿄에서 먼 홋카이도에 있습니다. 마치 수도 도쿄를 일부러 피해 남단과 북단으로 흩어진 형상입니다. 인텔 또한 수십조 원을 들여 짓는 새 팹의 입지로 뉴욕이나 LA 근처가 아닌, 오하이오의 벌판과 애리조나의 사막을 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팹을 짓는 텍사스주 테일러 역시 허허벌판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런 입지를 고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전력이 풍부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EUV 노광 장비 한 대가 쓰는 전력량은 웬만한 마을 하나를 감당할 수준입니다. 용인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원전 16기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가 있는 곳에 팹을 짓는 것은 상식입니다. 둘째는 리스크 분산입니다. 천재지변이나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국가 전략 산업이 한꺼번에 멈추지 않도록 분산 배치하는 것입니다. 대만, 일본, 미국은 클러스터라는 이름 아래 모든 위협을 한 곳에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의 팹들은 아예 팹을 각각 다른 나라에 배치합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