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의 빛이 솟구쳤다, 서울로봇고 졸업식에서

전기·전자 분야의 가장 기초가 되는 법칙은 옴의 법칙(V=IR)이다. 이 법칙을 구성하는 세 요소 중 하나인 '저항(Resistance)'은 흔히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에너지를 깎아먹는 부정적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학의 세계에서 저항이 없다면 열도, 빛도 발생하지 않는다. 33년 전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나는 아이들 삶에서 갈등과 방황이라는 '저항'을 제거해주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라 믿었다. 하지만 평교사를 거쳐 서울로봇고의 공모 교장으로서 졸업하는 제자들을 배웅하는 지금, 나는 정반대의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아이들의 삶을 뜨겁게 달구고 빛나게 하는 것은 매끈한 초전도체 같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부딪히며 만들어낸 치열한 '저항'의 시간들이었다. 144명이 입학해 120명이 졸업했다. 24명은 중도에 진로를 변경해 일반계고로 전학을 갔다. 졸업 연도에 곧바로 대학 진학이 어려운 마이스터고의 경직된 진로 시스템 속에서, 누군가는 '전학'이라는 저항을 선택했고, 누군가는 '잔류'라는 저항을 선택했다. 떠난 이나 남은 이나 모두가 자기 삶의 회로를 직접 그리는 설계자들이다. "스스로 해결할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1월 9일, 우리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열렸다. 일부 일반계고나 중학교 졸업식에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등 외빈이 장사진을 이루지만, 직업계고 졸업식은 내빈으로만 채우는 게 보통이다. 우리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차별도 우리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저항'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방송국 로고가 선명한 차량이 우리 학교의 졸업식을 취재했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다룰 다큐를 준비 중인 방송국의 취재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각 교실에서 떠들썩하게 헤어지기 위한 인사들이 오갔다. 그리고 하나 둘 학생들이 빠져나간 교정은 쓸쓸했다. 3학년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3년간 쏟아낸 열정이 비뚤비뚤해진 의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종업식과 졸업식을 끝낸 교무실도 한산했다. 졸업생들이 남기고 간 회로기판을 만지작거리는 3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의 등이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를 교장실로 초대했다. 그의 말은 유독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일찍 취업하니 담임이 편할 거라 생각하시지만, 사실 선생님의 노력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마주할 '취업의 질'과 직접 연결됩니다. 그래서 더 무겁고 힘든 한 해였죠. 저는 아이들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바로 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곤 했습니다. 그래야만 학교 밖 더 큰 장벽을 만났을 때 무너지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낼 수 있으니까요." 직업계고 교사는 단순히 기술을 전수하는 자가 아니다. 아이들이 거대한 시스템 속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직접 설계하는 주체가 되도록 돕는 조력자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