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교통으로 본다" 이 문장을 위해, 일본은 16년을 싸웠다

일본 영화를 떠올리면 자전거를 탄 주인공이 먼저 떠오른다. 눈 덮인 언덕을 자전거로 내려가는 영화 <러브레터>나 <퍼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가 낡은 자전거를 타고 공중목욕탕을 오가는 장면들. 일본 영화 속 자전거는 배경 소품이 아니라 일상을 움직이는 존재다. 반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속 등하굣길과 동네 골목을 채우는 것은 대부분 자동차다. 이는 도시에서 자전거가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기후위기 시대에 교통 부문 온실가스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은 자전거를 어떻게 탈탄소 수단이자 고령사회 대책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정부가 어떻게 얽혀 있을까? 이에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일본 국토교통성 자전거본부, 자전거활용추진연구회, 나고야시의 도로 재배분 실험 현장을 찾았다. "일본 자전거 문화를 제도화하기까지의 '싸움" 도쿄에서 처음 만난 곳은 정부가 아니라 자전거활용추진연구회(자활연)란 곳이었다. 일본의 자전거 문화를 제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단체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2000년 고바야시 시게키씨가 만든 곳이다. 현재는 자전거 정책을 연구·제안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자활연 관계자들은 연구소에 2016년 '자전거활용추진법' 제정을 돌아보며 이같이 회고했다. "국회와 관료 조직을 계속 오가며 법에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본다'는 문장을 넣기 위해 싸웠습니다." 자전거를 건강·레저 수단이 아니라 도로와 예산을 배정받는 교통 인프라로 올려놓기 위한 싸움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이 싸움의 결과, 자전거활용추진법이 제정됐다. 나아가 이 법을 실제로 굴리는 컨트롤타워로 국토교통성 내 자전거본부가 만들어졌다. 주목할 점은 자전거본부에는 도로 담당 부서뿐 아니라 일본 환경성 등 여러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환경·관광·안전·건강 정책 속에 흩어져 있던 자전거 과제를 한 테이블에 모아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구조다. 중앙정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광역지자체는 그에 맞는 자전거 활용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기초지자체 200여 곳이 자전거 사상자 감소, 출근시간대 자동차 이용률 감소 등 정량 목표를 담은 계획을 만든다. 기준에 따라 도로를 재편하는 지방정부에는 국비 보조가 붙는다. 추진 상황은 일본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병원·마트를 혼자 갈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발' 국토교통성 자전거본부의 이와부치 타헤이 부장은 일본 자전거 문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와 철도가 한 세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자전거는 통학이나 통근의 첫 1~3km를 맡는 수단입니다." 집에서 자전거로 역까지 이동해 대형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 두고 전철을 이용한 뒤, 도착역에서는 다시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구조가 정책 설계의 전제로 설명됐다. 타헤이 부장은 자전거본부의 역할이 명료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자전거 이용 생활 패턴이 도로 기준과 예산, 계획 속에서 교통수단으로 인정받도록 뼈대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 자전거 중심 교통 구상은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여러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반납 운동과 전기자전거 보급 지원을 함께 추진하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자발적으로 반납한 고령자가 전기자전거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했다. 적게는 1만 5000엔(약 13만 9000원)부터 많게는 5만 엔(약 46만 원)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