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찾아오면 죽는다... 엄마와 딸의 선택은?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녀 '튜즈데이'는 다른 또래가 누리는 학교 생활 대신에 종일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낮에 들르는 간호사 외엔 말벗도 없다. 불치병으로 오랜 투병에 지친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옴을 예감하는 중이다. 홀로 그런 딸을 키워온 엄마 '조라'는 튜즈데이의 삶이 길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다가올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일 리 없다. 모녀의 삶은 겉으론 이골이 나 오히려 평화롭지만, 실제론 진실을 부정하는 은폐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권태롭기만 한 어느 날, 튜즈데이 앞에 앵무새가 날아든다. 화들짝 놀라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앵무새는 자신이 '죽음'이라 주장하며 인간을 비롯해 세상 모든 생명이 삶의 끝에 처할 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라 주장한다. 들어보니 헛말이 아니다. 튜즈데이는 담담하게 예상했던 종말을 받아들이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다. 그녀가 마음에 든 죽음은 이를 수락하지만, 귀가한 조라의 강력한 반발은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한다. 과연 이 난장판을 수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가족 드라마를 잇다 기록으로 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는 고대 수메르에서 왔다.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다. 길가메시는 반인반신의 위대한 영웅으로 수없이 많은 무용담의 주인공임에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영생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온갖 고난 끝에 목적을 이루기 직전에 도달하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불멸의 꿈은 무너지고 만다. 인류 최초의 신화는 그렇게 태초부터 인간이란 존재가 극복할 수 없는, 하지만 한편으론 고단한 삶의 최후 안식처가 되기도 하는 죽음에 관해 고심해 왔다는 걸 증명한다. 삶과 죽음의 역학 관계를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궁극의 실존적 고뇌로 남아 있다. 'A24 X BBC FILM' 조합이라는 검증된 작업으로 탄생한 <튜즈데이>는 기발하고 유쾌하지만, 경박한 태도나 희화화와는 거리가 멀다. 인류가 품었던 원초적이자 최종적일 질문에 관해 절대로 가벼이 대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어찌 본다면 이미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가 도전했건만,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에 익숙한 관객을 위해 신세대 감성을 듬뿍 끼얹어 환골탈태를 시도한다. 해묵은 숙제를 방식을 전환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노력이다. 시대와 공명하는 가족 드라마가 그렇게 탄생한다. 모녀로 이뤄진 작은 가족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겉으로 봐선 오랜 투병을 잘 견디는 대견한 딸과 자식을 돌보기 위해 분전하는 엄마이지만, 실제 그들의 속내는 퍽 다름이 이야기가 진전되며 관객 앞에 드러난다. 딸은 자신 탓에 엄마의 삶이 저당 잡힌 현실을 자각하고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며칠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삶에 힘겹기만 하다. 엄마는 겉으론 씩씩하게 일과 돌봄을 척척 동시에 해내는 능력 있는 현대 여성 같지만, 직장도 잃고 가정 형편도 말이 아닌 걸 애써 들키지 않으려 악전고투를 거듭할 따름이다. 그런 부조화가 어느새 거대한 틈을 형성하고 있었다. 죽음이 그들 앞에 깃들 때, 이미 겉으론 텔레비전 미담 주인공 전형 같던 모녀의 일상은 더는 지속할 수 없는 상태다. 딸은 자신에게 찾아온 운명을 예감했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저 자신 때문에 오랜 세월 고생한 엄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플 따름이다. 죽음은 그런 소녀의 태도가 낯선 동시에 흥미롭다. 그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과 비인간 동물 막론하고 들어온 공포와 흐느낌 대신에 자신의 존재를 숙명이자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드문 존재와 참으로 오랜만에 대면한 것이다. 작은 소원 하나쯤 들어줄 아량도 생길 법하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가족의 여정 그러나 엄마는 딸처럼 순응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감히 죽음에 대항한다. 길가메시, 진나라 시황제, 이집트 파라오, 중세 연금술사들이 감행한 것처럼. 부질없는 일인데도 포기할 수 없는 영생을 향한 집착이 형상화한다. 물론 그건 본인을 위함도, 영원불멸을 꾀하는 것도 아닌 덕에 <튜즈데이>는 색다른 변주로 향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아직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는 새끼를 지키려는 엄마 곰처럼 초인적 힘을 발휘해 금단의 영역에 도전한다. 무모한 행동은 얼핏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