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이혜훈 의혹, 못 걸렀나 안 걸렀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면서 청와대가 왜 사전에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보좌관 갑질 의혹은 그렇다치더라도 부동산 투기, 재산 신고, 자녀 병역, 논문 등은 고위공직자 검증의 기본 사항이라는 점에서 검증 소홀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 3선이 되도록 공천 과정에서 숱한 의혹을 간과한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이재명 정부 국무위원으로서의 검증은 달랐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시민사회에선 인사 기준과 절차의 투명한 공개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합니다. 통상 청와대는 장관 예비 후보자가 결정되면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증에 착수합니다. 먼저 200여 개 항목으로 된 사전 질문서를 작성토록 한 뒤 관계 기관의 서류 검토와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적격 여부를 가려냅니다. 사전 질문서에는 재산 형성 과정, 부동산 내역, 채권채무 관계, 배우자와 자녀 관련 사항 등 개인의 거의 모든 항목이 망라됩니다. 만약 후보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면 그 자체로 결격 사유가 됩니다.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갑질, 투기, 재산신고, 논문, 증여, 자녀 병역 특혜 등 20가지에 달합니다. 대부분이 사전 질문서에 포함된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의혹이 속출한 것은 이 후보자가 작성한 것을 청와대와 관계 기관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에 대해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갑질 관련 의혹은 검증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인사 검증은 본인이 제출한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인사 검증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시인한 셈입니다. 현재의 공직자 인사 검증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것 사실입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과 경찰을 활용해 검증 수준이 높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정원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폐지된 데다 경찰 정보 부서도 약화돼 의혹을 촘촘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에 인사 검증 부서가 있고, 정부 관련 부처에서도 의혹을 검증할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낙마 후 "인사 검증에서 좀 더 엄중함을 갖추겠다"고 밝힌 터라 이 후보자 논란의 책임을 면키 어렵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