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사카 다녀올게, 6개월만" "저기, 나 말이야, 오사카 좀 다녀올게." "어디? 오사카? 여행? 돈도 많네. 며칠이나?" "그게 말이야, 육..." "뭐? 6일? 그렇게나 오래 간다고?" "그게 아니라, 6개월, 반년이라고. 그리고 여행이 아니야." 밥을 먹던 가족들은 수저를 놓고 모두들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때가 작년 여름쯤이었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밑도 끝도 없이 오사카라니. 며칠도 아니고 6개월씩이나. 하긴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내막은 이렇다. 직장생활 27년차. 평생 직장이 사라졌다는 시대에 이렇게 긴 시간을 한 곳에서 일할 줄 나도 몰랐다. 휴직이나 안식년 같은 쉼표를 찍을 여유도 없었다. 그 사이 우여곡절도 많았고 번아웃 비슷한 증상도 있었지만 어찌저찌 버텨왔다. 이제부턴, 퇴직할 요량이 아니라면 뭔가 변화와 자극이 필요했다. 가장 원했던 건 직장의 해외연수제도. 그래서 40대부터 해외 대학 연구원 신청을 시작했다. 소수만 선발했던 탓인지 내가 무능한 탓인지, 해마다 번번이 탈락했다. 이 길은 아닌가 싶었던 순간, 오십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선발이 되었다. 다시, 2년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25년말 드디어 6개월 연구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일본, 그 중에서도 오사카를 가는 까닭 그런데 왜 하필 오사카냐고? 해외연구를 하려면 일정 수준의 어학점수가 필요하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를 가려면 영어 성적이 좋아야 한다. 영어는 손을 놓은 지 오래. 오십줄에 영어학원까지 다닐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생김새도 다르고, 생활방식도 완전히 다른 서양 사람 틈바구니에서 반년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아시아권인 일본, 중국으로 관심을 돌렸다. 중국은 어학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나로서는 연구할 만한 매력적인 주제를 찾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독학으로 조금씩 일본어 공부를 해왔고 관심 분야에서 우리와 비슷한 제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는 식민 잔재의 원인을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말은 장황했지만, 사실 어학 성적 통과가 가능한 나라는 일본 뿐이었다. 그리고 일본 대학 가운데 '연구원으로 받아달라'는 나의 호소를 흔쾌히 수용한 곳이 오사카대학이었다. 수십차례 메일을 주고 받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연구계획과 이력서 등을 제출한 끝에 비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여행' 대신 오사카살이를 시작하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