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의 관계가 끊어진 상태, 정말 두려워해야 해요"

제주에서 물은 생존이고, 공동체이고, 기억이다. 제주에서 마시고 쓰는 물 대부분은 비가 스며들어 만들어진 지하수다. 그런데 골프장과 도로, 리조트가 늘어나고 해군기지와 진입도로가 들어서면서 제주의 물이 위협받고 있다. 물의 위협은 곧 삶의 위협으로 이어졌다. 땅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물의 흐름은 바뀌었고 인간의 감각에서도 멀어졌다. 제주에서 물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 것은 삶과 공동체를 되찾는 것과 같다. 물에 대해 다시 배우고 묻는 사람들, 물과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사람들인 강정 물마을학교 사람들을 만났다. 밥을 주던 땅이, 전쟁을 부르는 땅이 되다 강정이라는 이름은 '강 강(江)에 물가 정(汀)', 물이 풍부한 마을을 뜻한다. 조선시대 제주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가 시작된 곳도 강정이었다. 2007년 국방부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강하게 저항했지만 공사비 총 1조 231억 원을 들여 2016년 완공됐다. 엄문희: "강정 향토지를 보다가 가장 먼저 벼농사를 지었던 논의 주소를 찾았어요. 강정동 2797-1번지였는데, 그게 지금 해군기지 정문이에요. 밥을 주던 곳, 벼농사를 지었던 곳, 그 자리가 생명을 빼앗고 전쟁의 도화선이 되는 군사기지의 입구가 된 거죠. 그래서 강정에서는 매일 아침 7시에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 108배를 해요. 이 섬에서 가장 먼저 밥을 주던 자리, 그 자리에 지금도 매일 서 있는 거예요." 강정의 물은 땅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엄문희: "제주가 하나의 섬이라고 해서 물 환경이 다 같은 건 아니에요. 강정이 있는 이 지역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땅이에요. 200만 년이 넘었죠. 반면 동쪽이나 서쪽 지역은 3천~4천 년 전의 신생 화산 지대예요. 땅의 나이가 다르니까 암석도 다르고, 물이 스며드는 방식도 다르고, 지하수의 흐름도 완전히 달라요. 강정은 그만큼 물이 풍부했고, 그래서 제주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가 가능했던 곳이기도 해요. 이 물의 구조가 한 번 깨지면 되돌리기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강정의 물 문제는 강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에 대해 두려워해야 해요 상수도 보호구역이자 지하수 특별관리구역, 절대보전지역이기도 한 강정천은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큰 변화를 겪었다. 불과 2km 남짓한 4차선 도로는 당초 6년 계획이었지만, 최종 공사 완료까지 16년이 걸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