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걱정 없는 마을
'소멸 위기' 동네의
놀라운 반전

기후정책이 지속적인 동력을 얻고 주류화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기후정책이 당장 나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 점에서 최근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이나 경기 여주 구양리의 '햇빛소득마을' 사례는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며 기후대응과 소득 증대를 연결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사례도 있을까? 녹색전환연구소는 각 지역이 각자의 배경과 상황에 맞는 전환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이와 같은 경험을 발굴하고 확산하고자 한다. 이에 연구소는 이웃나라 일본을 찾았다. 한국보다 먼저 인구소멸을 겪고 있는 지역들을 보며 시사점을 얻고자 했다. 특히, 일본 답사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매개로 에너지 전환, 특히 한국이 미진한 열 분야 에너지 전환을 시도한 사례였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내륙 작은 마을, 시모카와정(下川町)으로 향했다. 에너지와 복지의 결합… 소멸 위기에서 다시 일어선 시모카와 시모카와는 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에서 차로 4시간은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내륙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다. 시모카와는 과거 광산과 임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지역으로, 면적의 90%가 숲으로 이뤄졌다. 1960년대에는 인구가 1만 50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다. 그러나 목재 수입 자유화, 광산 폐쇄, 철도 노선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가 연이어 직격탄을 맞으며 인구가 급격히 줄고 지역 산업이 무너졌다. 일자리가 사라지자 사람도 떠났다. 현재 시모카와의 인구는 2000여 명에 불과하다. 지역소멸이란 위기 앞에서 마을은 오랜 논의 끝에 지역 안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를 선택했다. 외부 자본이나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에 기대지 않기로 결단한 것이다. 이러한 결단은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주민들은 이를 '시모카와이즘(Shimokawa-ism)'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우선 지역의 가장 풍부한 자원인 숲에 주목했다. 이에 지역은 순환형 산림경영을 도입했다. 축구장 70여 개에 해당하는 규모인 50㏊(헥타르)를 매년 벌채하고, 같은 면적에 다시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지역 내 임업을 재구성한 것이다. 많은 지역이 재조림을 산림 정책의 끝으로 삼는 반면, 시모카와는 그 이후의 가공·부산물 단계까지 에너지 시스템으로 끌어들였다. 적자를 감수한 에너지 전환, 이 방식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시모카와는 공공 온천시설인 고미온천의 유류 보일러를 목재칩 바이오매스 보일러로 교체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유가로는 연간 60만 엔(약 556만 원)의 비용이 더 드는 비경제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시모카와는 버려지는 부산물을 활용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 판단했다. 여기에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적자를 감수하기로 했다. 여기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초기 적자는 순식간에 해소된 것이다. 나아가 몇 년 뒤 연간 300만 엔(약 2785만 원) 이상의 흑자 구조로 돌아선 것이다. 재정적 리스크를 감수한 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경제적인 선택이 된 첫 사례였다. 주유소 사장도 에너지 전환 지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