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농협조합장'은
왜 무사한가?

지난 2024년 12월 20일이었다. 농협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선배가 갑자기 내 카톡에 무얼 보내왔다. 지난 2023년 서울지역 한 농협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온라인 선거 홍보물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호 1번 김충기가 전체 조합원님께 말씀드린 금뱃지, 금열쇠, 금두꺼비(각각 5돈 합계 15돈) 증정과 해외선진지 견학 100% 무료(5월부터) 실시 등을 조속히 실천할 수 있도록 김충기에게 마음을 실어주십시오! 기호 1번 김충기 올림" 하지만 솔직히 이걸 처음 전달받았을 때는 믿지 않았다. 먼저 '금 15돈'과 '무료 해외 견학'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요즘 세상에 가능한가(특히 금 15돈!),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선거 때 당선을 위해 약속했더라도 지키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기사를 안 쓰더라도 선배와 통화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연락을 했다. "작년 선거 때 공약해서 올해 사업계획에도 반영했어. 25억 원을 잡았는데 금값이 올라서 그것으로 부족해. 그래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10억 원 (더) 해서 내년(2025년) 1월에 (금을) 준다고 해." 선배의 얘기대로라면 '금 15돈'의 선거공약이 집행될 가능성은 100%였다. 그러자 선거과정에서 '금권선거'(돈의 위력을 이용한 선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운 것도 문제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기사를 쓸 결심'을 한 나에게 선배는 "금이 지급되고 나서 기사를 써야 한다"라고 '보도유예'를 요청했다. 지금 기사가 나오면 '금 15돈 선거공약' 이행이 안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금권선거'를 문제 삼을 명백한 근거가 사라진다는 우려였다. 그로 인해 첫 기사는 그로부터 4개월이나 지나서야 나왔다. 기사의 제목은 <금배지, 금열쇠, 금두꺼비… 금 15돈 내걸고 당선된 농협조합장> 이었다. '금 15돈 내걸고 당선된 농협조합장'은 김충기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이었다. 골드바 지급 등 총 52억 원 예산 들여 '금권 선거공약' 이행 김충기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은 지난 2023년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 두 번째 출마였다. 앞서 첫 출마였던 지난 2019년에는 52표 차이로 당선된 경력이 있었다. 그의 이력은 충분하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가 선거 등을 통해 공개한 것에 따르면 세종대 행정학과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서울 중앙농협 영농회장 겸 대의원과 서울시 4-H본부 회장, 한국가족보호협회 자산관리상담소장 등을 지냈다. 문제는 김충기 조합장이 두 번째로 출마한 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전체 조합원들에게 '금 15돈'을 주고, '무료 해외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결국 그는 '156표' 차이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이렇게 큰 표차이로 당선된 데는 '금권 선거공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서울 중앙농협 내부의 중론이었다. 당시 선거 때만 해도 금시세는 1g당 8만 원 정도였다. 그 시세로 '금 15돈'을 준다면 1인당 450만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금값은 계속 오름세였고, 첫 기사를 쓸 당시 금시세는 1g당 14만 원대였다. 이 시세대로 금 15돈을 주려면 1인당 836만여 원의 예산을 써야 했다. 2023년 당시 조합원 수가 1120명이었다는 점을 헤아리면 '금 15돈'이라는 선거공약을 이행하려면 50억 원(2023년 시세)~94억 원(2025년 시세)의 예산이 필요했다. 여기에다 또다른 선거공약인 '무료 해외 여행' 비용(총 50억여 원 추정)까지 합친다면 총 1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써야 할 판이었다. 서울 중앙농협의 영업이익이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13억여 원과 45억여 원이었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그렇게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였다. 하지만 김충기 조합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골드바 지급'에 35억 원, '무료 해외 여행'에 19억 원(해외 여행 미참가자 지원 2억 원 포함) 등 총 54억 원의 예산을 실제로 집행한 것이다. '금 15돈'이 '골드바 5돈'으로 줄었고, <오마이뉴스>의 집중 보도 이후 무료 해외 여행이 중단됐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농협중앙회 조감처는 문전박대… 농식품부에 특별감사 요청한 끝에 '1년 동안 지원 제한' 제재 <오마이뉴스>의 보도 직후인 지난해 6월 4일 일부 조합원들은 농협중앙회를 찾아갔다. 농협중앙회는 감사위원회와는 별도로 "회원의 업무를 지도·감독"할 조직으로 조합감사위원회를 두고 있고, 일명 '조감처'로 불리우는 조합감사위원회(조감위원회)사무처가 감사 사무를 처리하는데 조감처에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감처에서는 이들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날 농협중앙회를 방문했던 서울 중앙농협 한 조합원의 얘기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