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짠다. 나 또한 매년 올해는 다르리라, 하는 식상한 결심을 한다. 작심삼일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나의 경우, 작심삼일보다 조금 나은 작심보름이다(과연 나은 것일까). 보통 보름 정도 계획이 유지되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 가을, 이사할 때 정리하다 보니 보름 정도 쓴 영어 단어장, 영어 문법 및 문장 노트가 3권이나 나왔다. 계획을 꾸준히 지키고 싶어 다양한 인증 카톡방을 활용하고 있다. 그중 2주에 한 번 완성된 글을 쓰고 합평을 하는 '다정한 서술자'라는 모임이 있다. 대부분의 활동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데, 글을 제출하지 않으면 오프라인 모임 때 벌금 명목으로 커피를 산다. 최근 멤버 중 한 명이 정성스런 피드백이 고맙다며 모임 때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고마우면서도 내가 모임의 총무라 고민이 됐다. 그럼 벌금 커피는 어쩌지? 벌금 디저트로 해야 하나? 그냥 넘어갈까? 그러던 차에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작은 것들의 신>을 읽게 되었다. <작은 것들의 신>을 보면 벌을 받고 싶어하는 라헬이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라헬은 엄마에게 실수로 상처 주는 말을 한다.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들이 널 조금 덜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라헬은 엄마가 자신을 덜 사랑하는 대신 차라리 벌을 받고 싶다. "내 벌은 어쩌고요? 아직 벌을 안 줬잖아요!"라고 말하는 라헬에게 옆에 있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들은 그 자체에 벌이 딸려있지." 어떤 것들은 그 자체에 벌이 딸려있다. 붙박이 옷장이 달린 침실처럼. 곧 그들 모두 그 벌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벌이 각기 다른 크기로 온다는 것을. 어떤 벌은 침실의 붙박이 옷장처럼 너무 크다는 것을. 평생을 그 안에서, 어두운 선반 사이를 헤맬 수도 있다는 것을. (위의 책, p163)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