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과거 우리가 마주했던 위기들이 단일한 외부 충격이나 순환적인 경기 변동의 파동이었다면, 현재 우리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복합적이며 구조적이고, 무엇보다 동시다발적이다.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메가톤급 충격이 세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위협 1: 중국의 제조 패권 심화와 '과잉생산'의 구조화 중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시장, 기술, 자원, 공급망을 모두 완벽하게 갖춘 차원이 다른 경쟁자로 진화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은 4조 6,600억 달러로 전 세계 점유율 27.7%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미국의 2조 9,100억 달러(17.3%), 3위 일본(5.15%), 4위 독일(4.93%)을 크게 상회하며, 6위인 한국(4,160억 달러, 2.47%)과는 1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중국의 무서운 점은 양적 팽창이 질적 고도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의 종료 시점이었던 2025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전기차(EV), 배터리, 태양광, 드론 등 신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했다.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Marco Rubio)가 지난 2024년 5월 <중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China Made)>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중국은 32개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미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을 추월했으며, 역사상 미국이 마주한 가장 강력한 산업적 적수가 되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은 이러한 제조 기반 위에 AI와 데이터 경제를 결합하여 공급망의 완전한 자립과 기술 패권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기계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아닌 '추월'이 일상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위협 2: 미국 트럼프 2.0 시대, 보호무역의 광풍과 강압적 투자요구 2025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동맹국에게도 비용을 청구하고 자국 내 투자를 강요하는 '거래적 고립주의' 통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현기증 나는 관세정책이 의도하는 바는 분명하다.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의 수입을 줄이고, 관련 제조생산기능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산업분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AI디지털경제시대를 선도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등 핵심전략산업에서는 미국 내 완결형 공급망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대미 투자를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노골화되었다. 2025년 연말 한미 양국은 지난했던 협상과정을 거쳐 조선산업 분야 투자(MASGA)를 포함하여 3,500억 달러(한화 약 500조 원)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산업 분야에 투입된다. 현금 투자액에 관해서는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을 설정했으나, 조선산업 분야 투자금액에는 금액 상한이 없다. 이에 따라 연간 최소 2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국의 최근 10년간(2015~2024) 국내 제조업의 설비투자 금액이 연평균 824억 달러 수준(115.3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이다. 대미 투자를 연간 500억 달러씩 투자한다면, 매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의 60%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는 셈이며, 그만큼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감소될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공동화를 초래할 것은 명확하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 기업이 미국 내 공급망을 이용하고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한국 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도 어려운 구조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