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례적 개입에… 환율 상승세 제동

1480원대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말 한마디에 1460원대로 일시 급락했다. 미국 재무당국 수장이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은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15조원) 대미 투자를 앞두고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의 구두 개입성 메시지에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7.8원 내린 1469.7원으로 마감했다. 구 부총리 방미에 동행한 최지영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외환시장 관련 브리핑에서 “베선트 장관이 이례적으로 한국 외환시장 상황을 언급하고 원화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건 그만큼 양국 경제 협력에서 원화의 안정적 흐름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가 “외환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커지면 대미 투자 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베선트 장관이 스스로 이런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관리관은 “미 재무장관이 한국의 환율을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원화 약세는 미국의 관세 효과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불리한 방향이다. 대미 투자를 앞둔 한국의 달러 부담이 커지는 것도 미국에 위험 요인이다. 결국 이런 양국의 ‘환율 이해관계’가 베선트 장관의 구두 개입으로 연결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환율이 지난 연말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져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당연히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펀더멘털 외에 수급 요인도 상당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이 서학개미에게 달러 저가 매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도 이날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달러를 대규모로 사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언급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이 있었던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환전액은 2290만 달러로 지난해 1~11월 하루 평균 환전액 1043만 달러의 2배가 넘었다. 정부는 재정경제부,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6개 기관이 참여하는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가동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