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다시 그리기'가 결단인가? 행정통합이라는 위험한 도박

최근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에서 불붙은 '행정통합' 논의를 두고 정치권은 지역의 이해관계를 돌파하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이것이 결단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정치권이 행정통합 외에 더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인 '기능적 협력'의 가치를 미처 포착하지 못한 데서 오는 착시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사례를 통해 지역 격차와 초광역 행정 수요에 대한 선진국의 해법을 살펴보면, 현재 대한민국 행정통합 논의가 왜 무모한 도박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그들은 지도를 새로 그리는 '경직된 울타리 치기(hard space)'에 매몰되지 않았다. 대신 기존의 울타리는 단단히 지키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대문을 열고 손잡을 수 있는 '유연한 협력 지대(soft space)'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들은 왜 두 지역을 하나로 합치지 않았을까? 첫째, 기존 행정 구역이 가진 '지역 민주주의'의 가치 때문이다. 주민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자치권과 유대감은 행정 편의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뿌리 깊은 두 나무를 억지로 합치려다 둘 다 죽이기보다, 각자의 뿌리는 지키되 가지를 서로 엮어 거대한 숲을 만드는 것이 훨씬 생명력 있는 선택임을 알기 때문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