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는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 간호사로 일했다. 병원 약국에서 약제사 훈련도 받았다. 조제실에 들어온 처방전을 전부 처리하고 나면 다음 처방전 무더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짧은 사이를 이용해 애거사는 글을 썼다. 어느 날은 시를 썼다. 제목은 ‘조제실에서’. 지극히 평범한 공간에서 영감을 길어 올린 그의 글쓰기 방식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신간은 영국의 대중 역사학자이자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가 쓴 애거사 크리스티 전기다. ‘애거사 덕후’인 저자가 ‘추리소설의 여왕’의 출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따라간다. 기록은 집요하다. 온갖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를 끌어모았달까. 애거사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트릭을 떠올렸는지, 어떤 순간에 살해 수법을 결정했는지를 좇아간다.애거사가 그려낸 가상의 세계는 그녀가 살던 현실과 닮아있다. 애거사는 정식 교육을 받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