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250년 뒤 신인류가 본 현생인류

250년 뒤 인류는 핵전쟁으로 자멸하지만 주인공 릴리스는 낯선 우주선 안에서 눈을 뜬다. 그를 구원한 건 미끈거리는 촉수를 뻗는 외계 종족.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유전적 개량’을 요구하는 외계 생명체에게 릴리스는 항변한다. “나는 바라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과학소설(SF)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국 흑인 여성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저자는 백인 엘리트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SF계의 장벽을 뚫고서 세계적인 SF문학상인 휴고상 등을 거머쥐었다. ‘새벽’은 저자가 펴낸 제노제네시스(Xenogenesis·‘낯선 것’과 ‘창세기’의 합성어로, 부모 세대와 완전히 다른 자녀 세대의 출현을 일컬음) 3부작의 첫 편에 해당한다. 소설은 외계 생명체를 정벌하거나, 혹은 화합을 이루는 단면적 서사에 매몰되지 않는다. 촉수 괴물은 주인공 릴리스를 생물학적 실험 대상으로 삼는 동시에 릴리스를 가족처럼 돌보고 멸종과 암으로부터 구원한다. 여기에 더해진 관능적 문체는 두 존재의 관계를 우열이나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