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싫어하는 엄마가
'조림핑 최강록'을
보고 한 다짐

나는 요리가 싫다. 한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뱉는 게 죄스럽지만 요리의 지난한 과정이 내게는 기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종갓집에서 자란 내게 요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일상이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매일 무언가를 썰거나 다듬거나 끓였고 손녀 둘은 줄곧 그 곁에 앉아 작은 손으로 어른들 흉내를 내야 했다. 대가족이 사는 집의 부엌은 불이 꺼지지 않았으니 그녀들에게는 작고 서툴러도 손 하나가 더 보태지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 시절엔 공부보다 음식 만들기가 즐거웠으니 나와 언니는 자주 나란히 앉아 푸성귀를 다듬고 만두를 빚고 메주를 만들었다. 그런 시간들은 내 삶 속에 자연히 깃들어 나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기본 음식은 쉽게 만들어 내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럼에도 나는 요리가 즐겁지 않다. 시간을 내어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썰고 무치고 찌고 볶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내내 서 있어야 한다. 어머니 세대 때는 쪼그려 앉는 것도 포함이었으리라. 노력한 시간에 비해 먹어치우는 시간은 극히 짧다. 몇 시간의 정성과 노력은 단 몇 분으로 사라진다. 설거지와 뒷정리는 또 어찌나 고된지. 이 고된 일련의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먹어야 살 수 있기에 하루 일정 시간은 조리대 앞에 선다. 이런 나에게 가장 신기한 직업은 요리사다. 내가 결코 택하지 않을 직업이라 더 존경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 박물관에 전시할 수도 없고 영원히 박제할 수도 없는 한순간의 맛을 위해 기꺼이 온종일의 시간을 바치는 사람들이 바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내게 요리는 과정에서의 행복이 특히나 더 중요한 분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멸할 운명을 위해 매일 온종일의 시간을 바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실력만으로 차지할 수 없는 우승의 자리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백 명의 흑백요리사 경연이 끝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흑백요리사2) 최종화가 지난 13일 공개됐다. 결승전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이날 결승전에는 먼저 결승에 올라온 백수저 최강록 셰프와 중식 대부 후덕죽 셰프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흑수저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가 맞붙었다. '나를 위한 요리'. 늘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던 요리사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였다. 이하성 셰프는 어릴 적 아버지와 목욕탕을 갈 때마다 먹었던 순댓국을 파인다이닝 셰프답게 재해석해 선보였다. 최강록 셰프는 따뜻한 국물 속 깨두부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 가게에 남은 닭뼈를 구워 국물에 넣었던 경험, 대파를 잔뜩 넣고 해장했던 추억 등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국물 요리를 만들었다. 음식과 어울리진 않지만 자신을 위한 노동주인 소주도 곁들였다. 결과는 만장일치로 최강록 셰프의 승리였다. 맛에 있어서 이미 정평이 난 이들이 벌이는 마지막 대결에서 무엇이 두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만장일치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게 했을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