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봄을 맞이한 강릉 앞바다가 보내는 경고

산은 온통 하얗다. 대관령 자락에서는 칼바람이 쉼 없이 몰아치고, 산과 들녘은 깊은 한겨울에 잠겨 있다. 그러나 바다는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파도 위로는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치고 있었지만, 바닷속에 스며든 햇빛이 잠들어 있던 생명을 깨우며, 육지보다 한발 앞선 봄을 전한다. 대한을 앞둔 날, 사람들은 바다로 향했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을 사흘 앞둔 17일, 사람들의 발길은 육지가 아닌 바다로 향했다. 육지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바닷속에서 해조류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강릉 경포해변과 인접한 사근진 앞바다로, 해변에서 접근하기 쉬운 멍게바위 일대다. 이곳은 한때 참 다시마가 자생하던 곳으로, 멍게바위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 해조류와 함께 멍게를 비롯한 어족 자원이 풍부했던 해양 환경을 간직한 지역이다. 바닷속에서 먼저 시작된 봄의 신호 암반 위에서는 어린미역이 물결을 따라 넘실거리며 춤을 춘다. 겨울 동안 성장을 멈췄던 해조류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순간이다. 미역은 예로부터 바다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해조류로 알려져 있다. 육지의 봄나물이 제철을 맞기 전, 바닷속에서는 미역이 가장 먼저 밥상에 오른다. 미역이 자라는 곁에서 도박이 붉은잎을 자랑하며 넘실거린다. 암반과 돌 틈 사이에서는 홍합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바닷속에서 어느새 봄이 스며들었음을 말해준다. 서로 다른 종의 해조류와 해양생물이 같은 암반 위에서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중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해조류가 자라기 시작하면 어린 물고기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모여들고, 해조류 숲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곧 바다 생태계 회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다. 수중에서 마주한 바다의 공백 그러나 희망적인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바닷속을 가득 메웠던 다시마 군락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 다양하던 해조류도 예전 같지가 않다. 한때 '해조류의 백화점'이라 불리던 이 일대는 곳곳이 비어 있었고, 하얗게 드러난 암반이 눈에 띄었다. 수중 촬영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한규삼 박사는 새롭게 돋아나는 해조류를 보며 반가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다시 자라기 시작한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전체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