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비상계엄 실행에 필요한 군·경을 동원하기 위하여 특전사·수방사·방첩사를 지휘하는 사령관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보직시킨 뒤 이들을 수시로 대통령 관저로 은밀히 불러..." (1월 13일, 내란특검팀 윤석형 사형 구형 이유 중에) 조선혜 아사진미디어 대표기자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올 문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에 몰입했던 기자다. 관저 스크린 골프 시설 의혹 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다음날 결혼식 때문에 한동안 취재를 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좀 억울했다"고 했던 기자다. 조 기자가 2025년 8월 내놓은 책, <하우스>(부크크)에 나오는 일화다. 부제는 '용산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 3년의 기록', 뒤늦게 읽어봤다. "인수위 해단식 전후로 맡은 그 '냄새'의 근원은 여전히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는데..." (책 서문 중에)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가는 그 곳"에서 마주한 '냄새'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냄새다. 기자에게는 곧 물음표를 뜻한다. '왜? 정말로? 어떻게?' 등 의문에 예민한 기자라면, 다른 사람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냄새'와 마주할 확률이 높다. 저자에게 그 상황은 2022년 5월 6일 있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이 한창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잔디밭, 삼삼오오 모여 들뜬 분위기 속 우아하게 샴페인 잔을 부딪히던 그들. 어딘지 모를 그 어색한 모습들을 별관 복도에서 창 너머로 바라보던 때였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서 했던, "일부 분과는 삼청동과 통의동에 있고, 또 일부는 용산으로 가게 됐다"는 그 말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한 냄새가 저자에게는 한 달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통령실 수의계약 체결 비공개 사실을 전하는 보도를 접하고 저자가 한 선택은 "공공기관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와 공공조달 통계시스템 '온통조달'에 코를 박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다음 순서, 냄새를 따라 움직일 차례였다. 16억 3000만 원짜리 대통령실 건축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한 회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는 과정, 그 묘사가 생생하다. "대통령실 공사를 수주한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오피스텔"이란 문장은 "선풍기 한 대만이 고요히 돌아가는 그 곳"이란 표현과 만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2016년 12월 JTBC 뉴스 취재진이 텅 빈 사무실에서 건물 관리인의 협조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하는 상황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다. 저자는 "한 사람이 조심스레 다가와 주섬주섬 종이뭉치들을 건네줬다"며 이를 통해 '유령 사무실'이란 근거를 확보했다고 전하고 있다. 앰부시 현장... "지나던 아주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냄새를 따라 움직이면 제보와 마주칠 확률도 높아진다.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후원한 21그램이란 업체가 대통령 관저 공사 시공을 맡았다는 사실을 저자가 확인하게 된 출발점 또한 제보였다고 한다. 제보자로부터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은 신뢰. 저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결심한 듯, 그는 말했다. '그럼, 캡쳐해서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말마저 차마 끝까지 하지 못한 그였다. 곧이어 놀랍게도, 다른 업체들에 관한 정보도 공유해주겠다는 약속을 건넸다. '많이 파헤쳐주십시오. 파이팅하세요!'. 얼결에 응원까지 받으며 통화를 끝낸 뒤,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