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은퇴한 것은 2022년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나자 한동안 시간은 갑자기 많아졌고, 그만큼 우리의 소비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소비를 점검할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의 교육비가 가장 큰 지출이었고,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당연한 몫처럼 여겼다. 마이너스 통장과 할부는 생활의 일부처럼 굳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독립하고 부부만 남은 지금, 더는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소비 패턴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마이너스 통장을 없앴고, 할부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신용카드 역시 과감히 줄였다. 얼마 전 새 차를 구입할 때도 현금으로 지불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미래에 들어갈 꼭 필요한 지출을 생각하며 각각의 통장을 만들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막상 해보니 '덜 쓰는 생활'은 삶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비를 결정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그만큼 마음은 가벼워졌고 삶의 속도도 함께 느려졌다. 이런 변화의 끝에서 만난 책이 가제노타미의 <저소비 생활>(2025년 9월)이다. 일본의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저자인 그는, 무조건 아끼는 절약이 아니라 마음 편히, 나답게 살기 위한 소비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이 지금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우리는 필요한 것 대부분을 충분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가지는 방식은 더 이상 지금의 불안한 시대에 적절한 해답이 되지 않는다. <저소비 생활>은 '저소비'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한다. 덜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며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태도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소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자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재산 관리나 절약 설명서도 아니다. 오히려 삶을 정리하는 수필에 가깝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