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없이 주고받는 새해 인사의 진가[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연초에 동창 대화방에 글이 올라왔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짤막한 인사에 모두가 반응했다. 건강해라, 소원 성취해라, 신년에 나누는 온갖 덕담이 오갔다. 순간 한 친구가 즉석 만남을 제안했다. 날짜는 돌아오는 화요일 저녁, 장소는 교통이 편하고 북적대지 않는 식당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처음에는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퇴직자는 나 혼자였고 나머지는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였다. 누구는 업무가 많아 정신이 없다고 했고, 누구는 손님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다 주제는 지난 시절로 넘어갔다. 한창때 자진 퇴사해 고생했던 상황, 결혼 생활 중 닥쳐온 위기 등 살면서 맞았던 인생의 굴곡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우리는 각자의 감춰진 이면을 마주하며 밤늦도록 대화를 이어 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이제야 서로에게 솔직해졌을까. 아마도 더 이상 타인을 평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