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한강은 이주민의 현실과 다른가?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상실한 채 방랑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조국을 떠나 객지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주민을 호명할 때도 쓰인다. 그런데 사람만이 디아스포라일까. 어딘가에서 발원하여 구석구석을 누비다가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과 하천도 디아스포라의 삶을 묘하게 닮았다. 한강도 디아스포라다. 한국 사회에도 디아스포라로 분류되는, 흔히 이주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1980년대 말, 연이은 메가 스포츠 행사의 성공 개최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 알려졌고, 그때부터 한국은 이주민의 새로운 목적지로 부상했다. 이주의 경위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여전히 노동, 쉽게 말해 외화벌이를 위한 이주가 압도적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270만 명가량의 이주민은 대부분 노동에 종사한다. 이주민 디아스포라의 유입은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고도성장 이후 대대적으로 늘어난 산업인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그들을 불러들였다면, 오늘날 이주민은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산업현장 3D 직종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소위 고부가가치 노동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사, 육아, 간병 등 돌봄노동을 전적으로 떠맡고 있다. 이렇게 산업현장과 돌봄 현장을 떠받치며 사회적 (재)생산에 참여하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 '일자리를 뺏는 존재'나 '사회적 비용'으로 이내 규정당한다. 지난해,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강행했다가 결국 무위로 돌아간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시범사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요를 앞세워 막무가내로 정책을 폈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은 오롯이 필리핀 가사노동자의 '무단 이탈'이나 '적응 실패'로 쉽게 전가된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의 처지는 우리가 한강을 비롯한 자연을 대해온 방식과 닮아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