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의 '위선', 책임정치의 부재를 끝내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논쟁은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중립이어야 한다." 아이들을 이념과 정쟁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하고, 교육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중립'이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과연 교육을 살렸는지에 있다. 지금의 교육감 선거 제도는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정당을 배제했지만, 그 결과는 중립이 아니라 무책임과 불투명이 되었다. 정당공천은 금지하면서도 정당정치의 영향은 비공식적으로 스며들고, 유권자는 후보를 잘 모른 채 투표하며, 선거 이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 우리는 그 오랜 실패를 '중립'이라는 말로 포장해 온 것이 아닌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 사회는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의 공식 개입을 배제해 왔다. 겉으로는 정치로부터 교육을 지키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제도는 교육을 정치에서 분리시키기는커녕, 정치를 더 음성적이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위선의 장막'이 되어 버렸다. 유권자들은 기호가 없는 교육감 투표용지 앞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을 앞에 두고 망설이거나, 얼핏 들어본 이름에 기표하기가 일쑤였다. 교육감 선거가 민주주의와 교육자치의 축제가 아니라, 유권자 다수의 무관심 속에서 "알 수 없는 선거"로 굳어졌다는 진단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현행 제도는 교육감 후보가 되기 위해 '최근 1년 이내 정당 당적이 없어야 한다'는 무당적 요건을 부과한다. 그러나 당적을 없앤다고 정치적 성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보의 정체성과 철학이 더 흐릿해지고, 유권자의 판단 정보는 줄어든다. 그 결과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인지도 경쟁으로 기울고, 본선 이전의 후보 단일화 과정은 소수 고관여층과 특정 조직의 동원력에 의해 좌우되기 쉬워진다. "정당 배제"가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는커녕, 역설적으로 시민 대다수의 관심과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교육감 선거의 문제는 단순히 "후보를 잘 모른다"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책임정치의 부재다. 정당이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니 정당은 선거 결과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당정치의 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후보들은 여전히 각자 정치적 성향과 네트워크를 갖고 출마한다. 다만 그것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 결과, 교육감 선거는 정치가 사라진 선거가 아니라, 정치가 책임 없이 음성화된 선거가 된다. 정당은 공식 공천도, 공식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시민사회 단체와 각종 조직이 후보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경선 기능을 수행한다. 이 과정은 법적 근거와 대표성이 취약하고, 재정과 의사결정 구조도 충분히 투명하지 않다. 결국 "정당을 배제하면 중립이 지켜진다"는 믿음은 제도적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정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만 사라진다. 우리는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가? 그렇지 않다. 교육감 선거는 이미 진영 구도로 움직인다. 후보들은 저마다의 교육 철학과 가치관, 정치적 네트워크를 갖고 경쟁한다. 다만 그것이 공식적으로 표기되지 않고 제도권 바깥의 언어로 표현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정당선거보다 더 복잡한 '음성적 진영선거'로 변질되기 쉽다. 이것이 '중립'인가? 중립이 아니라 비공식 정치의 과잉이 아닐까.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당이 교육에 들어오는 것이 옳으냐"가 아니라, 교육감 선거를 통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다. 교육 문제는 이미 행정만의 영역이 아니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과 위기는 대부분 법과 예산, 국가 정책과 지방 권력의 조정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정치적 과제다. 급식 노동자의 건강권과 안전 문제, 늘봄학교 운영을 둘러싼 갈등,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대응 체계, 교육복지 확대와 행정업무 폭탄,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특수교육 지원, 디지털 전환과 AI 교육 인프라 구축, 교육재정의 우선순위 조정.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