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밸런타인데이가 설 연휴 직전에 찾아오며 명절 선물 수요와 초콜릿 소비 시즌이 이어졌다. 밸런타인데이는 이미 지나갔지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두바이쫀득쿠키' 같은 초콜릿 디저트는 여전히 달콤한 유행의 중심에 서 있다. 줄을 서서 사는 디저트가 등장하고 새로운 초콜릿 메뉴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은 초콜릿 소비가 여전히 활발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뒤편에서는 초콜릿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초코플레이션(Chocolate+Inflation)이 조용히 진행된다. 일시적 가격 상승이 아니라 초콜릿 산업이 맞닥뜨린 구조적 변화와 관련된다. 2026년 편의점 밸런타인데이 행사는 초콜릿 자체보다는 인기 캐릭터 협업 상품과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GS25는 몬치치, 플레이브 등 캐릭터 협업 굿즈 세트를 선보였고, 이마트24 역시 캐릭터 슈야토야와 협업한 기획 세트를 출시하고 초콜릿과 주류 할인 행사를 병행했다. CU와 세븐일레븐 등 다른 편의점들도 초콜릿·캔디·굿즈 세트를 중심으로 1+1, 2+2 등 대규모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은 페레로로셰 초콜릿 제품에 대한 신용카드 40~50% 청구할인과 QR결제 할인 등 가격할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1] 예년에도 편의점은 인기 캐릭터와 협업하거나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주로 제품 포장에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초콜릿 상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 중심이었다. 반면 올해 밸런타인데이 행사에서는 캐릭터 굿즈를 중심에 두고 초콜릿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변화했다. 인형·파우치·문구류 등 캐릭터 굿즈가 포함된 기획 세트에 초콜릿을 결합하거나, 굿즈 구매 경험에 초콜릿 소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형태가 늘어난 것이다. 초콜릿 단독 판매보다는 굿즈 소비 욕구에 초콜릿 구매를 얹는 방식으로 밸런타인데이 상품 구성이 확장된 흐름이다.[2]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일본 백화점 매대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관찰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카카오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일본 주요 백화점은 초콜릿 대신 쿠키·젤리·카스텔라 등 비초콜릿 상품을 크게 늘렸다. 소고·세이부 백화점은 비초콜릿 상품 비중을 약 20%까지 확대했고, 일부 초콜릿 제품 가격은 전년보다 약 30% 상승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커피 원두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초콜릿 상품까지 선보였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서도 초콜릿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3] 이처럼 초콜릿이 매대에서 자리를 줄이고 대체 디저트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카카오 생산지의 기후위기와 농업 생산 불안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비용 상승이 소비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달콤한 간식으로 여겨졌던 초콜릿은 이제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 시스템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상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남반구에서 생산되고 북반구에서 소비되는 카카오 전 세계 카카오 농가에서는 매년 약 500만 톤의 카카오빈이 생산된다.[4]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36%)와 가나(10%)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6%를 차지하고 에콰도르(9%)와 카메룬(7%)이 뒤를 이었다. 생산된 카카오빈의 3분의 1 이상은 유럽에서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버터, 코코아파우더 등 초콜릿 원료로 가공된다. 초콜릿 제품의 주요 가공지인 네덜란드에서만 60만 톤, 즉 전체 수확량의 12%가 가공되고 스위스는 약 5만 7000톤의 카카오빈을 가공하는데 전 세계 카카오빈 생산량의 약 1%에 해당한다.[5] 지난 40년 동안 카카오빈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생산된 카카오빈 대부분(최대 95%)이 국제 상품 시장에서 거래된다. 카카오빈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기후 변화, 생산 과잉과 생산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2016~2017년 풍작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카카오빈 시장은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었고,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 감소가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6] 최근 초콜릿 가격 구조를 바꾼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국제 카카오빈 가격 급등이다. 전 세계 카카오빈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지난 몇 년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연속적으로 겪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카카오 열매에 검은 꼬투리병이 확산됐고 이어진 가뭄은 카카오 새싹 팽창병(CSSV, Cacao swollen shoot virus)을 퍼뜨리며 생산 기반을 약화했다.[7] 이 병은 치료가 어려워 감염된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 심은 카카오 나무는 초기 수년은 생산성이 낮고, 기후 스트레스에 취약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8]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4년도 전 세계 카카오 총생산량은 436만8000톤으로 전년도 501만6000톤 대비 1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 재고는 176만4000톤에서 127만 톤으로 28% 줄어 생산과 재고가 동시에 감소하며 공급 여력이 크게 약화했다. 생산 감소의 중심에는 역시 서아프리카가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를 비롯한 서아프리카가 전 세계 카카오 생산의 60% 이상을 담당했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이 국가들의 작황 부진은 곧 글로벌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9] 기후 분석 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의 지난 10년의 일일 최고 기온 분석 결과,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카카오 주요 수확기(10~3월)에 기후 변화로 매년 최소 3주 이상 32°C를 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고온은 카카오나무의 최적 생육 온도 범위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기후 변화로 카메룬의 주요 작물 재배 기간에 연간 32°C를 넘는 기간이 2주 이상이었다. 2024년에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의 카카오 생산 지역 중 71%에서 32°C를 넘는 날이 6주 이상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