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명령대로 바둑돌 놓던 남자, 그 남자처럼 되는 사람들

"설마 선생님이 남의 블로그 글을 표절한 건 아니죠?" 설을 앞두고 카톡으로 아이들에게 새해 덕담을 주고받다 한 아이로부터 뜬금없는 '질타'를 들어야 했다. 그는 대뜸 내가 쓴 기사의 내용과 거의 같은 글이 여기저기 블로그에 공유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증거라면서 특정 블로그를 캡처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기사는 널리 공유될수록 더 좋은 거라는 내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 '…'로 답변을 대신했다. 분노하기는커녕 흔쾌해하는 반응에 멋쩍어한 거다. 한참 지나서야 그가 보내준 블로그에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편집해서 자신의 글인 양 탑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블로그의 글은 대충 봐도 정보 기사로 완벽했다. 내 기사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AI를 활용해 여러 언론사의 관련 기사들을 그러모은 뒤 종합한 듯 보였다. 이웃이 수천 명에 이르는, 이른바 '파워 블로그'였다. 첫 페이지에 '미디어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 블로그'라고 간판을 내걸었다. 말하자면,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 중에 사회적 이슈가 된 내용을 편집해서 소개하는 블로그라는 뜻이다. 결국 내가 표절한 게 아니라는 건 증명이 됐지만, 내 글이 도둑질당한 듯해 적잖이 찜찜했다. 아무리 블로거의 의도에 맞게 '재가공'을 했더라도 기사의 출처를 밝히는 건 기본일 테다. 그럼에도 해당 블로그 어디에도 글쓴이나 언론사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가독성 등을 고려한 뛰어난 편집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표절한 건지 오해를 살 여지가 충분하다. "대체 '공유'와 '표절'의 차이가 뭘까요?" "구체적인 출처를 표시하지 않으니,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모두 '표절'인가요?" "특정 콘텐츠 뒤에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는 것도 출처를 표시했다고 할 수 있나요?" 출처만 밝히면 표절이 아니라는 식의 '엉성한' 내 답변에 그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솔직히 정답은 교사인 나도 모른다. 그저 AI의 급속한 보편화로 인한 환경을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눙칠 따름이다. AI 관련 법을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