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업체 직원의 충격적인 말...지방선거 전에 해야 할 일

10년 전 낡은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화장실에서 영롱한 검은빛이 감도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 한 마리를 목격했다. 날개의 자태와 다리의 각선미가 그대로 드러났던 그놈은 언제든 날아올라 내 얼굴을 덮칠 것만 같았다. 용기를 내어 사형을 집행했지만, 며칠 뒤 바퀴벌레는 다시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내 눈앞에 나타났다. 압살, 화형, 침수, 화생방 공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퇴치해도 계속 등장하는 바퀴벌레는 온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방역업체를 찾아, 완전 퇴치를 시도했다. 의기양양 등장한 방역대원은 효과가 의심스러운 스프레이를 여기저기 뿌린 뒤, 치약 같은 약품을 여기저기 찍어 발랐다. '저 정도면 내가 할 걸'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뒤로 하고, 그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바퀴벌레는 한 마리를 목격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수십 마리가 살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다 없앨 수는 없지만, 다니는 길목 곳곳에 약품을 발라 놓고 나타나지 않기를 빌어야죠." 벽 속에 숨어 있는 수십 마리. 민주당발 공천헌금 뉴스를 보고 10년 전 나를 노려보던 바퀴벌레가 떠 오른 이유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매관매직 행태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여당에서도 의원 자리를 사고팔고 있었다니. 뒤이어 야당의 공천헌금 의혹도 터지는 것을 보니, 이런 문제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닌 것 같다. 정치권은 겉으로는 분노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당선 가능성에 따라 시가가 정해져 있다거나, 이미 관행처럼 널리 퍼진 일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논란은 소수의 사례에서 터졌지만, 이것이 극히 드문 예외적 일탈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치 벽 속에 숨어 있는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처럼, 얼마나 많은 매관매직이 은밀하게 횡행하고 있을까? 소문은 무성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실체를 모른다. 선출되지 않은 선출직? 평범한 국민은 떠도는 소문만 주워들을 뿐이지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조건과 환경은 추적해 볼 수 있다. 먼저 이런 일이 모든 정당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소수정당에서는 정당 후보가 되는 일이 헌신에 가까운 경우가 파다하다. 청탁은커녕, 인지도 없는 정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희생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거대 정당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단지 인기 있는 정당이라서가 아니라, 그 정당들이 만들어 낸 경쟁의 룰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당제를 향한 의지가 끊임없이 분출되지만, 결국 거대 정당들의 양당 체제가 굳건한 나라다. 국회만이 아니라, 가장 작은 기초의회조차 견고한 양당 체제가 뿌리내리고 있다. 직전 지방선거를 돌아보자. 2022년 구·시·군의회의원 선거 당선자 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218명, 국민의힘이 1216명으로 거의 동일했다. 민심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서? 그럴 리가. 이런 결과는 의회의 다양성을 위해 중선거구제를 선택했으면서도, 한 번에 3~4인을 뽑는 선거구를 잘게 쪼개, 대부분 2인 선거구를 만들어 낸 결과다. 2인 선거구의 양산이 거대 양당의 담합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무투표 당선'이다. 2인 선거구에 단 두 명만 출마해, 선거도 없이 자동으로 당선된 선출직(?)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 없이 당선된 의원님들은 무려 508명에 이른다. 기초의원으로 좁혀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주민에게 자신의 정책 공약을 알리거나 한 번도 머리 숙여 당선을 호소해 보지 않은 기초의원 당선자는 모두 294명이다. 여기에 정당명부 투표 없이 당선된 비례 의원 81명을 포함하면 375명에 이른다. 선거구로 치면 143곳인데, 이 중 137개는 2인 선거구, 6개가 3인 선거구다. 양당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서울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이 보인다. 2022년 서울 지역 기초의원 중, 무투표 당선자는 국민의힘 소속이 56명,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53명이었다. 서울시 양천구의 경우 8개 선거구 전체가 2인 선거구였는데, 이 중 7개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 명씩 공천해 모두 무투표 당선됐고, 단 한 곳만 민주당에서 한 명 더 공천해 선거를 치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