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 자산의 약 7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63.1%를 점유하는 등 부의 쏠림 현상은 임계치에 다다랐다. 특히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집이 자산을 만들고 그 자산이 다시 격차를 키우는’ 불평등의 악순환이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3일 발간한 ‘2026 도넛 리포트’에서 한국 사회가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번영할 수 있는 공간인 ‘도넛’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분배 시스템이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이다. 상위 0.1% 1년 연봉 벌려면 하위 50% 근로자 165년 일해야 자산 격차는 곧 소득의 극단적 양극화로 이어진다. 소득 하위 50% 근로자가 상위 0.1%의 연 평균소득(약 14억 20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65년을 일해야 한다. 상위 0.1%가 단 이틀 만에 버는 소득이 하위 절반 근로자의 1년 평균소득(858만 원)에 맞먹는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은 특히 청년 세대에게 높다. 2025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약 13억 4543만 원)을 마련하려면 월 중위소득(2023년 기준 278만 원)을 전액 저축해도 약 40년이 걸린다. 소득의 절반만 저축할 경우 기간은 8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반면 2012년 이후 20대의 금융부채는 3.4배로 급증했다. 자산은 더디게 늘고 부채는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다. 노동시장과 성별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같은 연봉을 벌기 위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267일을,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220일을 더 일해야 한다. 여성 근로자가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으려면 130일을 더 일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첫 자녀 출산 10년 후 임금 격차가 33.4%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과 같은 연봉 벌려면 비정규직 267일 더 일해야 교육 역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취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경 상위 10% 학생은 하위 40%보다 사교육비를 2배 이상 지출한다. 의대나 최상위권 대학 진학 가구의 소득은 대학 미진학 가구보다 2배가량 높았다. 출발선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굳어지는 구조다. 기후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가 100만 원 미만 가구보다 열에너지를 4배 더 소비하며 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의 몫이다. 온열질환자 4명 중 1명(26%)은 단순 노무 종사자이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0명 중 6명은 폭염 등에 따른 추가 생활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 옥스팜은 한국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이유로 ‘덜 부담하고 덜 보호받는’ 구조를 지목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은 15.3%로 OECD 평균(21.2%)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국가불평등감소계획 수립 ▲사회보장 사각지대 해소 ▲청년층 주거·자산 형성 지원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하위 40%에 대한 공적 이전 소득을 7.5% 늘린다면 상위 10%와 하위 40%가 공정한 몫을 나누는 ‘팔마 비율 1.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주 저자인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불평등은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내린 선택의 산물”이라며 “공공사회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한다면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