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까지 보고 '시골 유학' 오는 아이들... 예상 뒤엎은 인기의 비결

교직생활 17년 만에 특이한 학급의 담임이 되었다. 학교 주변의 원주민 학생 없이 유학생으로만 이루어진 반. 그것도 남학생만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국제학교가 아니다. 그저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 옆에 있는 공립 시골학교다. 학생수가 줄어 통폐합을 걱정하던 우리 학교는 2025년부터 '강원농어촌유학' 학교를 신청했다. 그 결정이 학교라는 호수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설마 토박이 학생보다 유학생이 많아지기야 하겠어?'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학생은 남자 여섯. 이 중 세 명은 유학생 면접까지 보고 선발한 인원이다. 공립학교 교사가 학급의 학생을 선발하는 경험은 살면서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학교에서 강원농어촌유학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한 번 신청하면 최소 한 학기는 양양에서 지내야 하는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누가 올까. 더구나 아이 혼자 올 수는 없으니 최소 부모님 중 한 분은 같이 와서 생활해야 한다. 그걸 감당할 분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지원자가 많았다. 한 학기만 신청한 집은 거의 없었다. 한 학기를 신청한 가족도 모두 1년을 채웠다.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었다. 우리 학교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23년 2학기에 33명으로 시작한 '강원농어촌유학'은 2026학년도 1학기 기준으로 참가자가 548명에 달한다. 이 중 282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학 생활을 이어가기로 신청한 아이들이다. 무언가 강원도에 심상찮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제주, 전라도 등지에서도 유사한 농어촌 유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택지가 넓어지면 유학 수요가 분산된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2026학년도 유학생 수는 줄지 않았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농어촌유학 수요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도시의 아이들을 시골로 이끌었을까. 나는 유학생 선발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작성한 지원서와 면담 내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한 학기 신청했다 1년 머무는... 시골학교의 매력 "초등학교 시절만이라도 자연 속에서 여유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유학 면접을 보러 온 학부모의 한결같은 대답은 자연과 여유였다. 도시에서는 교육 스트레스가 심하니, 아이에게 쉼을 주고 싶다는 바람. 전형적이라 봐도 좋을 만큼 반복되는 말이었다. 면접장에 있던 나는 과연 수도권의 대도시는 어떤 공간인가 하고 골똘히 고민하게 되었다. 학업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길래 태백산맥을 넘는 걸까. 나는 2009년 발령 이후 줄곧 강원 영동 지방에서만 근무했다. 벽지나 농어촌 학교에 주로 머물렀다. 시내 학교에 근무한 적도 있는데 학군지가 아닌 학교였다. 내가 둔한 탓일 수도 있으나 우리 반에서 극심한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문제였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