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이곳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 됐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법이 서로를 의식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형 로펌과 검찰청, 법원이 촘촘히 들어선 이 동네에서 대한민국 사법 권력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대법원 앞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한 점이 하나 있다. 그녀는 눈을 가리지 않고 있다. 공정한 판단을 위해 더 크게 보고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며, 어떤 권력도 어떤 자본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국민이 정의의 여신상에서 읽어내는 것은 다르다. 권력과 자본을 의식하며 판단하는 눈이라는 씁쓸한 냉소다. 상징은 그것이 놓인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 서초동의 현실은 여신상에 이런 의미를 덧씌우고 있다. 신뢰의 위기, 대법원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 냉소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내란 사태,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와 재판 등에서 사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민 다수가 헌정질서 파괴로 받아들이는 사건에도 사법부의 판단은 더디고 모호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을 때, 많은 국민은 법리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난 법 앞의 불평등 논란도 마찬가지다. 판결이 국민 정서와 유리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서초동 대법원'은 기득권과 강남 권력의 상징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법부는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수의 정서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불신은 단순히 '국민이 판결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사법부가 스스로 독립성과 공정성의 외양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불신이다. 이는 제도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다. 국민은 눈을 뜬 정의의 여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고 있다. 대법원 대구 이전, 공식 안건으로 이런 배경 속에서 대법원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비례대표)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경기 화성시병)이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 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총 13명이 초당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