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대법원이 '재판소원' 반대하는 진짜 이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가 따로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겉으로는 '소송지옥'과 헌법재판 지연 등 국민 불편을 내세우지만 실은 대법원의 위상과 권위 실추를 우려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은 노무현 정부 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된 이래 헌법학계와 법조계에서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대법원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한다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법원이 헌재를 견제하는 속내는 최근 낸 재판소원 반대 보도자료에서 드러납니다. 대법원은 "헌재는 태생적으로, 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며 "헌재가 재판소원을 통해 특정 재판의 결론에 직접 관여한다면 재판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과 연구관 출신 '전관'들이 변호사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헌재를 정치 재판을 하는 기관으로 깎아내리는 한편, 헌재 출신들의 몸값이 법률시장에서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습니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대법원의 '최고 법원'의 위상이 흔들릴 거라는 우려도 팽배합니다. 대법원은 자신들이 법을 관장하는 모든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재판소원을 '4심제'로 몰아붙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헌법 102조 2항의 '사법권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조직된다'는 규정을 그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이 조항은 대법원이 법원 내에서 최고 법원이라는 취지이지 다른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서까지 최고법원임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대법원의 이런 주장은 1987년 '민주화 헌법'의 결실인 헌재 설립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도 법원의 재판을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는데, 대법원은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헌재가 제4심이 될 수 있고, 헌법이 정한 대법원의 최고 법원성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이 법원을 대표해 재판소원을 막는 첨병 역할을 한 셈입니다. 당시 재판소원을 뺀 헌법소원은 빈껍데기라는 지적이 헌법학계 등에서 제기됐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법원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헌재법을 만들었습니다.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재법 조항이 38년째 유지되고 있는 배경입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