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 공공기관 홍보실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기관장의 연재 칼럼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간 각종 매체에 실린 기관장의 글을 스크랩해 목차까지 붙인 50쪽짜리 문서와 프로필도 첨부돼 있었다. 절반은 기관의 신규 사업과 성과를 알리는 내용이라 ‘국민소통’ 차원이려니 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외지인 CEO, OO 3년 살기’, ‘스토리 경영’, ‘스몰볼 혁신’ 등 기관장 개인의 경험과 철학을 드러내는 에세이였다. 책상머리 관료 출신이 경영 일선에서 얻는 통찰을 나누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는 엄밀히 따져 개인 활동이다. 기관의 자산으로 쌓이지 않을 활동을 왜 공조직이 나서서 하는지 안타까웠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1000조 공룡 공공기관은 정부의 손과 발이다. 도로, 철도, 공항, 토지주택, 전력, 수자원, 가스…. 국민이 삶 속에서 실제 접하는 ‘정부’는 공공기관이다. 한 해 동안 집행하는 돈도 1000조 원 가까이로 국가 예산보다 많다. 여기에는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