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발걸음[이은화의 미술시간]〈411〉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남자가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롭지만, 그는 끝내 한 발을 내디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1945년부터 15년간 ‘걷는 인간’이라는 화두에 천착해 도달한 정점, ‘걷는 사람 I’(1960년·사진)이다. 이 조각은 1962년 베니스 비엔날레 조각 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줬다. 그는 왜 살점을 다 깎아내고 뼈만 남은 인간을 그토록 집요하게 형상화했을까. 자코메티의 작업실은 고행의 수도원과 같았다.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핵심은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처절한 집착이었다. 그는 모델을 세워두고 수만 번 관찰하며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냈다. 조금이라도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느껴지면 완성 직전의 작품을 가차 없이 부수고 다시 시작했다. 존재의 본질을 보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향한 싸움은 인체를 점점 더 가늘고 거칠게 만들었다. 그 배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자리한다. 전쟁의 참화를 목격하며 자코메티는 인간 육